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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울 Apr 28. 2022

냉동실 밥, 김이 모락모락 새 밥처럼 데우는 한 끗 차

압력솥을 쓰고부터 즉석밥을 사지 않습니다

 보통 집에 있는 것들이 우리 집에는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중 하나 전기밥솥이다. 나도 예전에는 상냥한 쿠*가 있어서 쌀만 씻어 넣면 자기가 알아서 밥도 해주고 밥 다됐으니 먹으라고도 일러주었다. 안에 밥이 들어 있던 비어 있던 늘 한 자리 차지야 했기에 맨 처음에는 전자레인지와 함께 넣전용 사서 넣었고, 후에는 보조 주방 수납장 위에 올려두고 썼다. 


  그러고 보니 지금 집에는 올려둘 곳도 없지만 전기밥솥은 이사와 상관없이 4년 전쯤 처분했다. 10년 까이 사용했더니 반나절만 보관해 놓으면 밥이 마르고 처음에 나지 않던 냄새도 났다. 밥만 딱 하고 플러그를 빼놓고 용해 보기도 했지만, 그럴 거면 사실 전기밥솥은 필요가 없는 거였다.

 몇 번 교체한 패킹도 낡아 김이 빠져나가는 통에 새 밥마저도 맛이 없어을 때, 아이 이유식  때 잠깐 압력솥에 밥을 해 보았다. 압력솥 밥 맛을 한번 보니, 그 뒤에 부실한 전기밥솥 밥은 먹을 수가 없었다. 결국 쿠*는 버 새 전기밥솥을 사는 대신 지금까지 압력솥에 밥을 해 먹고 있다.

마음의 눈을 뜨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솟아 오르는 김이 보인다


1. 압력솥에 쌀을 조금 넣고 거품기로 두어 번 씻어 낸다. 

-전기밥솥은 내솥의 코팅이 벗겨져 별도 그릇에 쌀을 씻어야 하지만, 압력솥은 그럴 필요가 없다.

-손으로 해도 되지만 가끔 쌀이 손톱에 끼면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 거품기를 쓴다. 아주 딱 맞는 용도다.

2. 전기밥솥과 비슷하게 쌀이 잠기고 나서도 그 위로 물이 2-3cm 정도 올라오게 물을 붓는다. 

-미리 불리면 더 맛있긴 하지만 잡곡도 미리 불릴 필요 없다.

3. 뚜껑을 닫고 압력밸브를 채우고 중-강 사이의 불에서 끓인다.

4. 8-10분 정도면 안의 압력이 꽉 차서 김이 나오려고 한다.

5. 잠시 후 김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3분 정도 두었다가 끈다.

6. 10분 정도 뜸을 들였다 열면 가마솥에 한 밥처럼 윤기가 흐르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어릴 때 어른들이 밥 맛있으면 김치 하나어도 된다 하셨던  압력솥을 사용하고 나서 공감한다. 딱히 반찬이 많지 않아도 갓 지은 밥에 먹으면 다 맛있다. 미처 장을 보지 못한 날에도 워킹맘의 험상품, 계란 프라이 스팸 밥에  한 그릇 뚝딱이다. 오늘처럼 반찬가게 사장님이 정성 들여 만카레를 스텐 냄비에 다시 한번 끓여 모락모락 김이 나는 새 밥에 부어 먹으면 하고도 맛있는 한 끼 완성이다. 꼭 내 정성을 고집하며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반찬은 사장님의 정성이지만,  내 정성으로 새 밥을 지어 렸으니 이 정도면 장하. 냉장고에 조금씩 남은 나물 반찬들로 비빔밥을 해 먹어도, 새 밥에 계란 프라이, 참기름만 있으면 전주비빔밥 부럽지 않다.

밥알 하나하나의 윤기를 사진으로는 담지 못했다. 아쉽다.

 평일엔 저녁, 주말엔 아침에 새 밥을 한다. 평일 저녁에 조금 넉넉하게 해 놓고 남은 것은 냉동실에 얼린다. 밥을 하자마자 냉동실에 넣었다 데워먹으면 새 밥과 똑같다고 하는데, 갓 지은 맛이라고는 못하겠다. 

뒤집어서 돌리면 김이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렇게 데우,  밥에 가까운 맛이 난다.


언 밥 표면에 물 반 숟가락을 골고루 

레인지용 뚜껑을 덮어서 2분 (뚜껑이 있어야 밥이 마르지 않는다)

덩어리 뒤집어 다시 뚜껑을 덮고 1분 더 돌린다 (양에 맞춰 전체 시간의 2/3, 1/3으로 나눈다)

김이 모락모락 나며 새 밥과 흡사한 맛이 난다(전자레인지에서 막 꺼낸 즉석밥 맛이라고 할까)

김이 나며 윤기가 살아난다

 전기밥솥을 쓸 때는 만약을 대비해  사다 놓았던 즉석밥은 압력솥을 쓰면서터는 사지 않는다. 주말 아침 한 밥을 다음끼에 바로 먹을 때는 뚜껑만 아놓으면 촉촉한 상태 그대로 먹을 수 있다. 찬 밥이 싫으면 뚜껑을 덮어 살짝 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된다.  


 설거지도 간단하다. 밥을 뜨고 난 바닥은 눌은 것 하나 없다. 뚜껑은 대충 닦아 말리기만 해도 늘 깨끗하다. 전기밥솥의 내솥을 씻고 주기적으로 구석구석 낀 먼지와 찌꺼기를 닦는 수고보다 훨씬 적은 힘이 든다. 


 어쩌다 불 조절에 실패해서 눌어붙으면 내심 기쁘다. 물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구수한 누룽지를 수 있다. 누룽지까지 해 먹고  나면 설거지가 더 쉬운 건 말할 것도 없다


  쌀을 씻어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전기밥솥에 용이함을 견줄 수는 없다. 이미 패킹까지 부실한 오래된 전기밥솥에 밥을 하다 압력솥에 밥을 했기에 지금까지도 이렇게 밥맛에 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압 신기술을 적용했다는 전기밥솥, 무쇠솥, 돌솥, 주물냄비까지 쉽게 골라 쓸 수 있는 지금 , '여기'에 해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나를 꼽을 수도 없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쌀로 밥을 짓느냐가 밥맛을 좌우하는 첫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내게는 자기만의 공간을 요구하지도 않고, 요리를 못해도 쌀만 대충 씻어 넣어 불 한번 조절해 주면 알 한 알 한알 윤기 있는 밥을 만들어 주는 10년 된 압력밥솥이 그저 기특해 아주 만족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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