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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성미니멀 Aug 05. 2022

카페인 중독을 1초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질문

달지 않은 달달한 연유라떼 만들기

" 주말 아침, 두통이 있는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카페인이 들어가는 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지는 주말 아침마다 두통이 있다. 그것이 카페인 중독 의한 것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 심하면 누워 있다가도 머리가 아파서 일어난다. 시계를 보면 평일 커피를 마시던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머리가 좀 아파오려고 할 때 커피를 마시면 두통이 가라앉는다. 많이 늦어지면 이 때커피로도 해결되지 않고 두통약을 먹어야만 한다. 이러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긍정적이지만, '중독'이라는 단어는 개선을 요하는 것 같 부담이 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카페인 중독'이나 '카페인 의존증'을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쉽게 볼 수 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커피를 마셔야만 뇌가 깨어나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 집중할 수 있며, 반대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신경이 예민해진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활동을 위해 커피가 있어야만 하고 하루에 마시는 커피 양이 늘어난다. 개인적으로는 '카페인 의존'이란 표현이 더 감이 된다.


 아이가 어릴 때 하루에 네 샷 이상을 마셨다. 어느 순간부터 커피는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마법의 약이 됐다. 회사에서도 카페인으로 버티고, 퇴근하고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도 커피를 마셨다. 잠을 못 잘걸 알면서도 이미 회사에서 바닥난 에너지를 카페인으로 보충해야만 엄마 퇴근만을 기다린 아이와 힘차게 놀아주고 아이의 저지레에도 관대할 수 있었다. 육아는 카페인빨이라 주장다. 그러다 보니 수면의 질이 아주 떨어졌고, 그다음 날 일어나는 순간 이미 피곤 또 커피를 마셨다. 카페인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그러다 책에서 카페인은 내일의 에너지를 당겨 쓰는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지금은 두세 샷 정도로 해결한다. 퇴근 후에는 카페인 대신 건강 보조식품을 먹는다. 심지어 갱년기 여성을 위한 제품까지 챙겨 먹는다. 벌써 무슨 이런 거까지 먹냐 했지만 순간 에너지가 솟아 올라 커피를 줄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달린다 싶으면 당장 카페인이 당긴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담배보다는 커피가 낫다 해주었는데, 그래 그건 맞는데 딱히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와 같은 카페인 의존자는 카페인을 섭취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순간 에너지가 생기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거꾸로 카페인 섭취를 안 하면 좀비처럼 팔다리 흐느적거리고 있고 머리는 돌아가지 않다. 신경 곤두서 사소한 것에 화가 난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출근했는데 의자에 앉기도 전에 상사가 다른 직원의 업무 물어보겠다며 나를 르면 나도 모르게 정색다. 카페인 없이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다.


 커피를 끊다는 간증 글들을 찾아보니 한 달 정도 엄청난 금단현상에 시달렸지만 그 시기를 버텨낸 후부터는 몸도 개운하고 무엇보다도 잠을 그렇게 푹 자게 된단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확실히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커피를 아예 안 마시면 개꿈에 시달리는 일 없이 푹 자게 되는 걸까. 간증 글에 눈이 번쩍 하면서도 커피를 아예 끊는 시도는 하지 못하고 있다.


 카페인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그냥 커피가 좋다. 아이가 없을 때는 생두를 사다 직접 볶아서 드립 커피로 내려마시기 까지 했다. 지금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맛있는 원두를 골라 커피를 내려 마시는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현재를 잘 보내고 있다는 흐뭇한 마음이 생긴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휴식은 커피가 있어야 온전해졌다.


 작은 집에 이사 오면서 대부분 물건들이 한 번쯤은 버려질 것인가 가져가게 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그런데 가정용으로 쓰기에는 상당히 큰 커피머신은 단 한 번도 고려대상이 되지 않다. 심지어 올라가 있을 전용 수납장까지 새로 마련해주었다. 이렇게 차별대우를 해도 되는 건가 다른 가전들한테 미안할 정도다. 커피머신은 공간과 다른 가족에 양보하지 않고 오로지 나의 기쁨만을 위해 소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다.

 

카페인 없이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긴 하지만 커피 자체가 너무 좋다

 커피는 역시 아메리카노라고 말하는 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지만 기분이 꿀꿀한 날에는 카페라떼를 마신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 다른 사람들의 초콜릿 역할을 하는 것이 카페라떼다. 힘든 아침을 보낸 날은 점심 먹고 달달한 라떼를 마시면 피로도, 곤두섰던 신경도 내려앉는다. 우유만 마시면 바로 배가 아픈 내게 카페라떼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마신다. 나의 뾰족했던 신경들이 둥글어지는 기분이다.

 

 사 마시는 카페라떼는  입맛에지나치게 달 때가 있다. 처음에는 맛있지만, 잘 저어 마셔도 나중에 컵 바닥에 어마어마한 양의 연유나 시럽이 깔려마실수록 점점 달아진다.  어떤 라떼는 커피 향이 나는 우유 같다. 우유보다는 커피 맛이 진해야 좋다. 물론 주문 시에 상세히 조절할 수도 있지만 원래 레시피 그대로가 가장 맛있을 거라는 쓸데없는 믿음고도의 귀찮음이 만나 샷 추가 가끔 한다.

 

 하지만 내 작은 부엌에서내 취향대로 달지는 않지만 달달한 라떼를 마신다.

 여름에는 아이스라떼다. 연유와 흰 우유만 있으면 된다. 연유가 없으면 집에 있는 시럽이나 설탕으로 대신해도 된다.


연유를 컵에 따르고 샷을 넣는 것이 아니라 샷을 연유에 직접 내리는 것,  그 하나 차이다

1. 샷을 내리기 전, 연유를 따른다. 이 넣을 필요 없다.

2. 연유 위에 샷을 고 살짝 저어준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면 커피를 진하게 내리면 된다.

3. 얼음에 우유를 넣고 연유에 내린 샷을 부어준다.

이것이 끝. 부드럽고 달달하지만, 달지 않은 라떼 완성이다.

따듯한 라떼는 우유 거품 위에 연유에 내린 샷을 부으면 그걸로 끝이다.



 연유에 샷을 직접 내리면 뜨거운 샷에 연유가 골고루 섞연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커피에 스민다. 컵에 연유를 따로 넣을 때의 절반의 양으로도 충분히 달달다.

 커피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달달하지만 달지 않은 부드러운 아이스라떼를 즐길 수 있다. 달달한 아이스라떼 한 잔에 기분이 속도로 좋아지고 고 카페인 덕분에 에너지가 솟는다.


 글 초반에 카페인 중독 운운해놓고 결국 카페라떼 레시피까지 소개하고 있다. 잠시 후 배가 아플 다. 늦은 시간 커피로 밤에 깊은 잠을 못 잘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도대체 커피를 어떻게 끊는단 말인가. 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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