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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학이 Oct 22. 2023

주입식 교육이라는 구원

청각 장애인이 모범생이 된 비결


중학교를 입학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국민학교 입학할 때와 다른 새로운 시작에 대한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기분 좋은 일로 설렘 가득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어떤 판타지를 생각했을까. 내가 중학교 입학할 당시에는 별 기대도 없었고 감흥도 없었다. 국민학교처럼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담임선생님이 예·체능 정도는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을 가르치던 국민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담임선생님과는 별개로 과목별 담당 교사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한 학기당 수십 명의 교사를 만난다는 이야기다. 담당 교과목 선생님들은 공통적으로 진도 나가기가 바빠서 질의응답이 없는 일방통행식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이었다. 또 하나는 숙제를 자주 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꿈이나 공부, 생활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고, 삶에 무관심한 듯 칠판과 분필, 교과서에만 집착했다. 다만 태도에 문제가 있거나, 수업 중에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만 선도부에 보냈다. 질문하는 교사는 거의 없었고, 선생과 학생, 학생 사이의 토의나 토론식 수업은 없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노트에 필기만 하면 끝이었다. 나는 잘 듣지 못했기에 필기를 잘할 수 없었다. 다른 학생들처럼 필기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기에 교과서를 베끼거나 요약 필기를 할 때도 있었다. 이러한 학습 분위기는 나의 단점을 드러나지 않으므로 편안함을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청각 중심의 교육으로 인한 불편함과 답답한 마음은 항상 감수하고 있어야 했다.


중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에서 우리 반이 1학년 전체 반 중 꼴찌 반이 되었을 때 일이다. 평소에 온화하기로 소문난 담임선생님이 불화같이 화를 내며 본인 수업 시간에 수업하지 않고 단체 기합을 하였다. 학생들은 모두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손으로 의자를 들고 있었다. 50분 동안 말이다. 그러면서 반장과 부반장을 불러 엎드리게 한 후 마포 걸레 자루의 손잡이를 방망이로 삼아 엉덩이를 수십 번 때렸다. 그것도 성난 짐승처럼. 의자를 내리는 놈은 방망이를 흔들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우리 반 학생 중 끝에서 일등부터 삼등까지 한 세 학생을 불러 엉덩이를 반복하여 때렸다. 그러면서 이 세 놈이 중학교 1학년 전체 학생 중 끝에서 일등부터 삼등을 했다며 우리 반 꼴찌 주범이라고 망신을 주는 거였다. 도대체 어떻게 한 반에서 세 명씩이나 나오냐면서. 그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저리 난리를 피우는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선생님에게 엄청난 불이익이 가니 그 화풀이를 학생들에게 푼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때부터 훈계라는 핑계로 약자인 학생에게 언어 및 물리적 폭력을 휘둘리는 선생님을 더욱더 믿지 않았다. 나는 ‘얌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조용한 학생이었다. 국민학교 성적이 대부분 미 양양 양가로 하위권 성적이었지만 중학교 때는 우가 대부분이고 수와 미가 조금 있는 중상위권 성적이었다. 조용하고 공부도 못하지 않으니 선생님의 심기와 엮을 일 없었으므로 평온한 중학교 생활은 유지되었다.


영어 과목은 흥미로웠다. 알파벳을 읽고 배우는 과정부터 출발하여 간단한 인사말과 지문을 심층적으로 독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국어 과목과 달리 영어사전을 늘 갖고 다니면서 모르는 단어와 숙어를 찾고 또 찾았다. 영어 사전 옆면은 새까맣게 되었는데, 열심히 공부한 흔적의 증표가 되었다. 당시 유명했던 성문 영어는 난이도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왔는데,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며 성장하는 공부로 재미를 느꼈다. 고등학교 진입할 때는 중급 후반부터 시작하여 고급까지 올라갔다. 주어와 술어가 먼저 나오고 목적어가 나중에 배치하는 등의 문법은 장난감을 조립하는 것과 수학 공식 같은 비슷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고 3학년으로 진학할 때 제2외국어(일어)와 상업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는 주저함이 없이 제2외국어인 일어 과목을 선택했다. 영어사전처럼 일어 사전도 마구마구 뒤지고 싶은 충동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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