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전한 1인 가구 가장 되기
'독립'이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분리되는 것은 여러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끌어안고 있을수록 그냥 나만 답답한 문제다. 자랑도 아니고, 흠도 아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 점점 전달력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처음으로 올해 말까지를 머릿속에서 그려보았고, 그다음 해의 나를 상상했다.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닌데, 정리가 되었다. 아주 정리를 못 하는 사람이 최대한 노력한 모양으로 어설프게, 그렇지만 다 한 번씩 들춰는 보았다.
양육비를 포기하기로 했다. 양육비를 돌려받기 위해 한 노력은 없다. 그냥 친부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친부는 그대로 내뺐다. 친부의 동생은 교활하거나 멍청해서 이야기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친부의 신상이 모두에게 공개되기를 원하는가. 그것은 내가 가장 원하지 않는다. 친부가 현재 한국에 있는지 없는지(애초에 저세상에 갔는지) 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10년, 20년 후에 갑자기 우편으로 병든 친부를 부양해야 한다는 연락은 안 오겠지. 어디서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루 정도 앓다가 포기하기로 했다. 포기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깔끔하게 그리되었다. 아니, 애초에 포기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결심이 섰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난 계속해서 아픈 것 같다. 아픔을 어떤 식으로든 무마하려는 일을 멈추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양한 형태의 권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난 어떤 농담도 진지하게 던질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아직 사랑하고 그들이 있는 것이 의지가 된다.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는 사랑할 것이다.
엄마와 산림원에 갔다. 순전히 치유하러 갔다.
차로 네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온몸이 구멍 투성이인 엄마가 운전해서 갔다. 우리 동네를 벗어나는데 갑자기 시야가 흐릿했다.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지난 네 달간 엄마가 견뎌온 마음이 갑자기 전해져서 그런 것 같았다.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기에 마음이 아팠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남겨진 사람이었다.
지금은 나와 단둘이 남겨졌고.
네 달 전부터 엄마는 온 힘을 다해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고 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했다. 내가 없으면. 지금은 다음 주에 계약할 집 월세를 내주겠다고 했다.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알기 때문에 장난스럽게 싫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목돈을 주겠다고 했다. 그 돈이 같은 돈이기 때문에 웃으면서 싫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그냥 용돈을 주겠다고 했다. 얼굴이 굳어졌다. 절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자긍심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관성적으로 알아서 중심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보였다. 이미 보인 이상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었다. 난 엄마를 이해하고 말았다. 여전히 아프지만. 여전히 악에 받치지만.
산림원에 도착하기 전에 근처 절에 갔다. 이름난 절인데, 인적은 드문 것 같았다. 확연히 관광을 위한 곳은 아닌 것이 느껴졌다. 절을 둘러보는데 아기 고양이가 있는 것을 보고 근처로 조용히 갔다. 계속 울었다. 아기인데, 새끼를 배고 있었다. 볼록한 배를 가누지 못하고 걔는 그냥 누워있었다. 계속 우는 것이, 목이 마른가 싶어 가지고 있던 물통에서 물을 조금 따라서 주었는데 마시지 않았다.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엄마와 내 다리 사이를 스윽 스윽 지나다녔다. 일부러 자기 몸이 닿게. 제 체온을 느낄 수 있게. 절에서 내려오자 비가 쏟아졌다.
산림원에서의 아침, 숲에 있는 곳이라 공기가 서늘하며 포근했고 비가 한창 온 뒤라 푹 젖은 나무 향이 났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아름다웠다. 엄마는 방 안에 들어온 풍뎅이를 설득해 내보내고 있었다.
집을 짓고 있는 제비를 보았다. 제비는 너무나도, 너무나도 분주했고 진지해 보였다. 새끼가 다섯 마리라 그럴 만도 했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제비를 응원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관심이 없었다.
산에서 조금 멀어지자 다시 가슴에 답답한 것이 차올랐다. 떠나기 시작한 지 1시간이 흐른 뒤였다. 2시간 뒤에는 형체가 분명한 숯덩이들이 머릿속에서 가슴으로 주욱 흐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녹을 것 같은 느낌을 하루 동안 잊고 있었다.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다시 어딘가를 발견하기 전까지. 계속 심장은 녹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