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처럼 Mar 16. 2022

깨졌다 유리창이

깨졌다. 유리창이. 두 번째다. 부는 살아있고, 동이 있어야 할 자리는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그 옆에 산은 찢기다 말았다. 유리조각들은 창문에 붙여놓은 테이프들이 잡아주어 너덜너덜하지만 잘 뜯어내면 파편들이 튀지는 않을 거다. 범인이 누군지는 안다. 다만 물증이 없다. 지난 번 유리창이 깨지고 cctv를 달자 했는데... 현우 아버지가 그랬다, cctv 단다고 유리창이 안 깨지겠냐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네가 잘못한 거 인정을 하라고. 현우 아버지는 항상 딴 사람 편이다. 한 번도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없다. 


어제 다녀갔다, 애기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와서 부동산 그만두라고 소리치고 갔다. 부동산 알지도 못하면서 왜 하냐고, 문 닫으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따지며 물었더니, 몰라서 묻냐고 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한마디 더 붙였다. 누가 집 팔면서 양쪽 부동산 복비 주냐고. 순간 뜨끔했다. 그때는 나도 몰랐다. 저쪽 부동산 복비를 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도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두 번이나 다녀왔는데, 출장비는 따로 챙겨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현우 아버지까지 대동하고 다녀왔는데, 뭐 그쪽에서 밥 사주고 기름 값이라고 봉투를 주기는 했지만, 그쪽 계산이고 내 계산은 달랐다. 벼룩시장 보고 서울까지 온 부동산이라 챙겨주고 싶어서 복비를 따로 받아 줬는데,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이제 와서 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 돈 나갔나, 지 엄마 돈 나갔지.


유리 사장이 왔다. 지난 번 사이즈대로 해 왔다고 바로 들고 왔다. 현우 아버지는 오늘은 코빼기도 안 비친다. 유리 사장은 실실 웃으며 깨진 유리창을 새 걸로 바꿔 끼운다. 돈은 현우 아버지가 계산 했단다. 유리 사장은 빗자루로 살살살, 여기저기 흩어진 유리 파편을 깔끔하게도 치운다. 현우 아버지 부탁을 받았는지, 물티슈 한 통을 꺼내 구석구석 닦아준다. 지난번에는 테이블로 날라 온 유리파편에 내가 손을 다쳐 한동안 고생을 했다. 그걸 유리 사장에게 이야기 한 모양이다. 


전.현.주, 농협아줌마. 번호를 누를까말까 하다 그냥 내버려두었다. 아줌마 딸이 유리창을 깼다고, 유리창 배상하라고 하면, 증거 있냐고 더 큰소리를 칠지 몰라 그만둔다. 


농협아줌마 딸이 왜 화가 났는지 알지만, 세상물정 몰라서 그런 거다. 공부만 하다가 시집을 가놔서 뭘 모르는 거다.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문제가 있는 집이라도 어쨌든 시세보다는 싸게 사줬다. 잔금 치를 때 복잡하기는 했지만, 양쪽 부동산에서 해결해 주지 않았나. 강원도 집이야 팔고 나서 농협아줌마가 앓아누웠다는 소리는 들었다. 나야 농협아줌마가 강원도에서 온 부동산이라고 데리고 와서 계약서 써 준 것 밖에 없으니 집을 싸게 팔고 안 팔고는 나한고 상관없는 일이다. 그때도 딸년이 다녀가고 유리창이 깨졌는데, 그때는 별말을 안 해서 설마 했다. 이번에는 부동산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고 갔으니, 증거는 없지만, 경찰 대동하고 조사하면 딸년이 분명 맞을 거다.


여기 집 잔금 치르는 날, 그 법무사를 데려 올 줄은 몰랐다. 나를 벌레 보듯 하는 법무사를. 이 동네 하고 많은 법무사 중 나를 사람 취급 안 하는 놈을. 그날도 부동산에 들어오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고 성의 없이 고개를 까닥하기는 했다. 마침 저쪽 부동산 사장이 들어왔는데 대뜸 이 동네서 하지 말고, 강남 가서 하라고. 작게 놀지 말고 크게 놀라고.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따박따박 이야기해서 놀랐다. 저쪽 부동산보고 하는 이야기인데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농협아줌마는 아무 말 않고 듣고 있었다. 하필 일이 꼬여 집 파는 놈이 대출을 갚지 않아, 잔금을 치를 수가 없었다. 농협아줌마가 은행으로 가자고 했는데, 집 파는 놈이 오지를 않았다. 법무사는 30분가량 앉아 있다가, 일이 있어서 가야 한다고 가버렸다. 니들이 하는 일이 그렇지, 라는 눈빛으로 고개만 까닥하고는. 


농협아줌마도 은행 문 닫았으니 간다고 가버렸다. 전화도 안 받던, 집 파는 놈이 한참 만에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왔다. 저쪽 아파트를 대출받으려고 했는데, 잔금이 부족해서 해결을 못했단다. 이쪽 잔금을 좀 받아 달라고 사정을 한다. 이쪽 잔금 받아서 저쪽 아파트 해결하고 대출받아 이쪽 대출을 해결해준단다.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 농협아줌마한테 전화를 했다. 딸이 받아 엄마가 잔다고 끊는다. 현금은 농협아줌마한테 있다. 저쪽 부동산 사장이 농협아줌마한테 가보자고 한다. 셋이 쫓아갔다. 딸이 문을 열어주는데, 내가 들어가니 문을 닫아버린다. 저쪽 부동산 사장이랑 집 파는 놈은 주춤주춤 문 밖에 서 있다. 딸은 빨래를 개키면서 엄마는 잔다고 쳐다도 안 본다. 일단 잔금을 주면 내일 아파트 대출 받아 해결해 준다고, 양쪽 부동산 믿고 집 파는 놈 해결해주자고 이야기하니 대꾸도 안 한다. 중도금으로 대출금 갚기로 한 약속 안 지키지 않았냐고 따진다. 지하가 새는 것도 왜 속였냐고 따진다. 나도 미치겠다. 한 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나이로 치면 딸 같은데, 공손하게 하면서도 싸가지가 없다. 


집 파는 놈이 여유 없이 집을 사고팔아 복잡하긴 했다. 잔금이 해결되지 않아 줄줄이 일곱 집이 다리가 묶였단다. 나도 농협아줌마가 바로 이사를 들어왔으면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집 파는 놈은 저쪽 아파트 잔금을 못 치뤄 이사를 못했다. 이 집 팔아 두 채를 샀단다. 장모가 돈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 모른 척 해서 이 사단이 났단다. 어쨌든 아쉬운 세 부동산이 부족한 잔금을 모았다. 집 파는 놈 아파트 해결해주고, 같이 은행에 갔다. 은행에서 잔금으로 대출금을 갚으니 집 파는 놈 손에는 백만 원이 쥐어졌다. 


나도 꽤 피곤했는데, 복비로 딸년이 딱 법정수수료만 계산해서 주고 간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강원도 집보다 이 집이 더 비싼데 복비는 덜 받았다. 딸년이 뭘 좀 안다고 싸가지 없게 굴었다. 


새로 갈은 유리창이 참 맑다. 이제나 저제나 누가 들어오나 쳐다보는데, 초초한 내 얼굴만 비친다. 유리창 깨진 소문은 어디까지 날려는지. 소문 때문인지 누구 하나 들어오지를 않는다. 이 딸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득부득 이가 갈린다. 


작가의 이전글 아직도 연필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