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나는 산사나무를 아가위 나무라고 부른다. 그럼 히어리님은 매번 어떤 나무인지 다시 묻곤 한다.
아가위는 순우리말 이름이다. 요즈음은 약재로 쓸 때 주로 사용하는 이름이다. 나도 이 열매가 소화나 혈관질환에 좋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름을 알았기 때문에 아가위 나무라고 부른 거다.
동물들 중에 처음 만난 이를 어미로 알고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처음 각인 된 건 쉽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아가위나무는 장미과 나무다. 꽃은 5월에 하얗게 핀다. 장미처럼 가지에 작은 가시가 있다. 서양에서는 아가위 꽃을 5월의 꽃이라고 한단다. 그만큼 꽃이 탐스럽고 아름답다.
열매는 10월경에 맺힌다. 생김새가 작은 사과를 연상하게 만든다. 붉게 잘 익은 열매를 따서 먹어보면 시큼 달큼하니 꽤 맛있다. 붉은 열매에 하얀 점이 박혀있는 것도 아가위 열매의 특징이다.
아가위 잎은 어긋나기로 나고 잎줄기가 있다. 잎모양은 깃처럼 갈라져 있다. 꽃이나 열매가 없어도 잎의 특징때문에 아가위나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관찰이 끝났으니, 곧바로 그리기에 들어갔다.
스케치를 한 뒤 나는 잎을 먼저 색칠했다. 전체를 연한 연두색으로 칠했다. 그리고 차츰 올리브색과 초록색을 순서대로 입혀 농담을 조절했다.
아가위 잎은 유난히 벌레가 많이 먹었다. 벌레 먹은 자리를 표현하니 좀 더 생동감이 있어 보였다.
열매를 색칠할 때는 노란색을 먼저 칠한 뒤 붉은색을 입혔다. 물감이 다 마른 뒤 흰색으로 점을 찍었다.
아가위나무를 그리기는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아마도 아가위 잎과 열매 자체의 독특함 때문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