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축된 진동의 파장을 퍼트려라
어떤 존재는 죽어서도 무너뜨린다.
살았을 땐 그저 그림자였던 자가
잘려 나가자 빛이 흐트러진다.
숙청은 제거가 아니다.
그건 메시지다.
“이 틀 밖으로 나오는 자,
이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짜 공포는
효수(梟首)에 있다.
목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자른 것을 드높이 올리는 것.
살해를 시각화하고,
침묵을 시청각화한다.
숙청은 내부의 진동을
외부의 진실처럼 조작하는 기술.
“그는 위험했기 때문이다”
가 아니라,
“우리가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한 사람을 자르면,
다수가 조용해진다.
공포는 칼이 아니라
주변의 침묵에서 증식된다.
그러니
효수하라.
응축된 상처를
파문처럼 퍼트려라.
침묵하던 자들의 눈에서
언어 이전의 떨림이 번져나가게 하라.
파장은 보이지 않지만,
집단의 신경계를 조율한다.
모두가 동시에 움찔하고,
같은 시선으로 회피할 때,
질서는 완성된다.
숙청은 한 명에게 가해지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모두의 심장에 전달된다.
그건 권력의 소리 없는 외침.
“우리는 무섭지 않다.
그러나 너희는 무서워야 한다.”
응축된 진동이란,
폭력이 아니라
정교한 공명장치다.
한 명의 제거로
모두의 입을 조율하는 법.
그러니 묻는다.
당신은 지금
그 진동을 감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진동을 흘려보내는 쪽인가?
혹은,
그 진동을 만들고 있는 자인가?
숙청당한 자의 눈을 들고,
다른 이들의 눈 속으로
자신을 주입하는 자인가?
숙청은 사라짐이 아니라,
파문의 시작이다.
그 파문 속에
당신은 어느 물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