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행사가 있었다. 여성으로 제한 된 행사인데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나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 싶은 사람들은 먼 곳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찾아왔다. 시제를 받고 흩어지는 사람들, 서랍과 삼겹살, 어머님 같은 제목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 원고지에 또박또박 자신의 문장을 새겨 넣는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문청이었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글을 쓰고 지금껏 배우고 공부한대로 정성껏 원고지를 채워가는 사람들, 모두가 작가였다. 조금은 쌀랑하게 부는 바람도, 반짝이는 햇살도 친구가 되어 '기록하고 싶은 자' 모두를 응원하고 있었다. 미리 수상자가 결정되어 문자로 통보가 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행과 함께 시상식장에 남아 기쁨을 함께 했다. 축하의 자리에서 언젠가는 수상자가 될 거란 마음도 생길 것이라 믿으며. 아내의 당선에 펄쩍펄쩍 뛰며 신나하던 남편, 동명이인은 아닌지 재차 확인하던 분, 감격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고 끝내 울먹이던 당선자까지 오래 쓰고 견디며 쌓아온 내공이 있으리라. 우리는 쓴다. 이야기를 만들고 경험을 적고 삶의 얘기를 기록한다. 그러므로 수상 여부를 떠나 누군가의 인정을 떠나 모두가 훌륭한 작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