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걷는 호수 공원에는 오래된 고목의자가 있다. 잘려나간 나무 밑동에 앉아 사람들은 차도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눈다. 잠시 쉬어가는 틈에 성큼 찾아온 가을을 이야기하고 걷기의 유익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갑자기 선선해 지더니 시나브로 가을이 찾아왔다. 아직 반팔을 입는 사람도 있고, 긴팔에 조끼까지 걸친 이도 있다. 사람들의 복장처럼 나뭇잎도 제 각각의 표정으로 우리를 반긴다. 푸른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해진 녀석이 있는가 하면, 노랗게 물들어 가는 단풍, 빨갛게 익어 가는 단풍 저마다 어여쁜 자태를 뽐낸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단 하루도 같지 않은 자연! 산책이 주는 기쁨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밑동에 앉아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금방 뉘엿뉘엿 해가 진다. 느긋하게 계절의 변화에 눈맞춤하다 슬렁슬렁 그네 의자도 타본다. 잘 사는 삶이 별건가. 이렇게 느긋하게 산책의 기쁨을 만끽하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닮아가는 삶, 청명한 하늘 아래!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