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은희 Oct 17. 2023

편지를 쓰겠어요.

그 시절, 우리에게

사랑했을까. 생각해 봐요. 아마 뜨거웠던 것은 잠깐이었을 거예요. 사랑한만큼 사랑받고 싶어서 양보하지 못했던 마음들, 자주 다퉜고 툭하면 토라졌던 그 때의 우리가 가을이면 생각이 나요. 고마운 기억도 많았어요. 당신의 마음이 오롯이 갖고 싶던 시절도 있었고요. 결국, 우리 인연은 거기까지였겠죠. 미련이 남거나, 다시 한번 보고싶거나 오해였다면 사과를 하고 싶진 않아요. 그냥저냥 흐른 세월 속에 좋은 남편과 아이를 얻었고 지금의 가정은 제겐 축복이니까요. 그 시절, 작은 감정 하나하나에 치열했던 그래서 싸움도 참 열심히 했던 당신과 내게 안부를 물어주고 싶은거죠.  도통 안녕하지 못했던 우리잖아요. 팔짱을 끼고 걸었던 신천 성당 앞이며 깍지를 꼭 끼었던 아현 사거리의 풍경을 아마 당신도 기억하겠죠. 만나면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았을까요. 철없는 수다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철부지 연인이 이제는 말없이 앉아 있어요. 가을이면 편지를 쓸게요. 그 시절, 우리에게요.

이전 07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