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다. 내 등의 수고로움을. 곧추선 채로 날 지탱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버티는지 알지 못했다. 인생의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 굽어지고 휘어진 뒤에야 등의 힘겨움을 알 수 있을까? 지팡이 없이 걷지 못하는 그날이 되어서야 등의 고마움을 알게 될까? 등이 가렵다는 아우성을 보내도 애써 외면했다. 시원하게 등 한 번 긁어주지 못했다. 눈과 입과 코, 팔과 다리에 가려진 등은 한 번도 정면에서 마주한 적 없다. 지척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등처럼 내 삶도 그럴 것이다. 알고 있다고 하지만 실은 알지 못하고 닿을 수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정면에서 보지 못한다고, 내 손이 닿지 않는다고 고마움이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나의 배후에서 내 삶을 지탱해 준 어두운 그림자, 외면하고 싶고, 잊고 싶던 지난날의 상처, 아픔, 흉터, 슬픔, 열등감, 패배감, 이 모든 것이 딱딱하게 굳어 나를 지지하고 지탱해 준 것이리라. 나의 배후에 살고 있는 등처럼 외면하려고만 했던 지난날의 상흔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다. 가렵다고 보내는 신호에 덧날까 전전긍긍하기보다 속 시원히 긁어주고 싶다. 지금껏 나를 지탱해 준 고마운 내 그림자, 등에게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