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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Jan 22. 2024

사람의 일

천양희 시인의 <사람의 일> 전문은 다음과 같다.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만큼 기쁨을 주는 이도 없고 사람만큼 아픔과 슬픔을 주는 이도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기에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사람으로 인해 치유받고 위로받는다. 그게 우리네 일상이다. 사람이 싫어 혼자 지내고 싶어도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사람을 만나야 하고 사람들 때문에 살만하다고 느끼면서도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진다. 사람과 이별해도 어쩐지 후련하지 않고 사람과 만나도 어떤 사람인지 몰라 두렵다. 만나고 헤어지는 게 우리들의 사는 일이기 때문에 만남과 헤어짐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된다.




평생 가는 인연이 있기나 할까? 대부분의 인연은 한 때인 경우가 많다. 시절 인연으로 만나 인연이 끝나면 자연스레 멀어지거나 이별하게 된다. 영원할 수 없고 변하지 않는 관계는 없기에 사람을 만나도 허기지고 사람을 만나도 외롭다. 자기 중심성이라는 한계를 지닌 인간이기에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고 온전히 사랑할 수도 사랑받을 수도 없다. 사람과 만나면 만날수록 그래서 더욱 공허하고 허탈해진다. 누군가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면 살만하다고 느끼면서도 싸늘하게 돌아서는 누군가로 인해 세상이 싫어지기도 한다. 어제의 벗이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세상에서 또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그게 바로 사람의 일이다. 그렇게 또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을 만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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