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2010 개봉)는 주인공 리즈(줄리아 로버츠 분)가 8년간 이어오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홀로 1년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리즈는 열정, 희망, 감정이 사라진 삶을 기계적으로 이어가는 건 죽음보다 잔인하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어 자신을 찾아 나선다. 누구라도 일상에 매몰되고 익숙함에 젖어버리면 열정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조차 못하게 된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그날 해야 할 일이 있고 그저 루틴대로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내가 무엇을 꿈꿨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어 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늘 똑같은 일상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다 보면 진정한 나를 잃어버린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내일은 오늘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는다. 달라지길 원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타성에 젖어 살던 대로 살면서 내일은 달라지길 기대한다면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내일이 오늘과 달라지기 위해선 다르게 보고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의 시각과 다르게 생각하지 않으면 새로운 삶은 열리지 않는다. 기존의 나를 탈피하고 넘어서야 새로운 삶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자신이 지켜온 일상의 루틴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섦에 도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 여행이란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으로 떠나면 자유로워지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진실이 보인다. 낯선 장소에 가면 생각이 변하고 행동이 바뀐다. 좀 더 객관적 거리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혹은 낯섦에 도전하기 위해 굳이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다. 늘 가던 카페가 아닌 새로운 카페에 가보고 늘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낯섦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이 현재 매몰되어 있고 빠져 있는 그것을 잠시 놓아두고 멈추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잠시 익숙함에서 벗어나면 된다.
심리학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조적 사고가 필요할 때 억지로 노력하기보다 잠시 멈출 때 결정적 영감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을 '브루잉 효과(Brewing Effect)'로 설명한다. 매몰된 문제에서 벗어나면 그동안 뇌에서 처리했던 자료가 뇌에 저장되지 않고 원래의 자료를 재구성해 새롭게 만들게 된다.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고 직감이 발현된다. 그렇게 매달리고 노력할 때는 풀리지 않던 문제가 자유로워지면 보이기 시작한다. 1971년 미국의 심리학자 실비에르는 성별, 나이 지적 수준이 비슷한 연구 참여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실험을 했다. 첫 번째 집단은 30분 동안 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중간에 휴식을 취하지 않았다. 두 번째 집단은 10분 동안 생각한 후 30분 동안 휴식을 하고 다시 10분 동안 과제에 집중하게 했다. 마지막 세 번째 집단은 10분 동안 생각한 후 4시간 동안 휴식을 했다. 4시간의 휴식 동안 공놀이를 하거나 카드놀이 같이 과제와 관련 없는 활동을 하게 했다. 그리고 다시 10분 동안 과제에 집중하게 했다. 실험 결과, 주어진 과제를 가장 많이 해결한 그룹은 놀랍게도 중간에 4시간이나 휴식을 취했던 그룹이었다. 쉬지 않고 과제에만 집중했던 첫 번째 그룹은 55%, 30분 동안 쉬고 과제를 풀었던 두 번째 그룹은 64%, 4시간 휴식을 취했던 세 번째 그룹은 85%가 과제를 해결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타난 것은 휴식을 하게 되면 이전의 생각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이전에 사용했던 부적절한 사고를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촉진해 고정된 사고 패턴으로 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절차와 방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일상의 루틴대로 살아가는 것이 시간적 낭비를 줄이고 예측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자기 통제감을 높여 안정감을 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나치게 타성에 젖어 모든 것이 기계적으로 반복되어 무미건조하고 새로운 감흥이나 열정,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일지 모른다. 낯섦이 주는 신선함과 새로움이 필요하다면 잠시 멈추어 보는 것도 괜찮다. 쉬어가다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 기존의 것이라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접근 방식을 바꾸어 보면 새롭게 보인다. 어제와는 다른 낯선 선택도 해보고 어제와는 다른 생각도 해 볼 것이다. 평소라면 읽지 않을 장르의 책도 읽어 보고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영화도 보고 가지 않던 길을 걸어보고 낯선 장소를 방문해 볼 것이다. 일상의 루틴이 주는 편안함과 효율성에 안주하기보다 '낯섦'이 주는 신선함과 새로움을 느껴볼 것이다. 중국 은나라 시조인 탕왕이 대야에 새겨놓고 스스로를 경계했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기억할 것이다. 날로 새로워지려거든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고 또 매일매일을 새롭게 하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내가 다시 산다면 낯섦에 움츠리고 경계하기보다 낯섦이 주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마음껏 향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