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잘 만들어 먹으며 지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외국이어서 식재료도 구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집에서 맛있는 음식 해먹을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구나.
요즘은 김장철이라 특히 김장 후에 먹는, 겉절이와 배추 속 쌈을 곁들인 돼지고기 수육이 맛있는 계절이란다. 너희가 수육을 좋아하잖아.
엄마도 시골 작은할아버지 댁에서 함께 대규모 김장을 할 때 아니면 김치도 사서 먹는 경우도 많았고, 젊은 세대들은 더 바쁘니 김치는 사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러나 김치를 사 먹게 될 경우 겉절이를 먹을 일이 없어진다는 게 제일 아쉽지.
그러니 김치를 구할 수 없거나, 금방 만든 겉절이가 먹고 싶다면, 배추 한 통만 사서 힘들지 않게 김치와 겉절이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 지난번에 가르쳐준 깍두기보다는 배추 절이는 게 약간 복잡하지만, 그때 한번 양념을 만들어 봤으니 두 번째 하는 김치는 할만할 거야.
배추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고마운 채소야. 배추 한 포기로 속대는 생으로 또는 절여서 쌈을 싸서 먹고, 겉절이는 버무려서 금방 먹고, 막김치는 익혀 먹고, 배추 겉잎은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되니 이렇게 알뜰하게 다 먹을 수 있는 재료는 세상에 없을 거다.
자기가 축적한 에너지가 버려지지 않고 다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생물로서의 사명을 다한다는 뜻이지. 물론 그 화학 에너지를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읽는 의미여서 이기적인 해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엄마는 기왕에 생명체로 태어났으면 에너지를 좋은 쪽으로 아낌없이 다 쓰고 죽었으면 좋겠다. 너희도 인생에서 스스로에게도 가정에도 사회에도 에너지를 잘 써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삶을 살기 바란다.
김치 만들기는 다른 응용 요리와는 다르게 음식을 제대로 만든다는 뿌듯한 느낌과 성취감을 주는 작업이야. 지금은 비록 규모가 작게 한 포기 막김치로 담그지만, 앞으로 포기김치도 담글 수 있는 서막이 될 거다.
-배추 한 포기를 준비해라.(배추는 계절에 따라, 밭에 따라 크기가 천차만별이야. 여기서는 2kg을 기준으로 양념할 테니 크기가 다르다면 양념도 그에 따라 양을 정하거나, 많이 만들었다면 냉동했다가 다른 음식 만들 때 써라)
-먼저 배추를 반으로 나누고, 또 반으로 나누어 1/4쪽을 도마에 놓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커다란 그릇에 썰은 배추를 한 켜씩 담으며 소금 1/2컵을 나누어 뿌린다.
-소금 1/2컵은 미지근한 물 1L에 타서 위에 뿌려.
-여름에는 1시간, 겨울에는 2시간쯤 절이는데 30분에 한 번씩 뒤집으며 꾹꾹 눌러줘.
-고갱이 부분을 구부렸을 때 부러지지 않고 부드럽게 구부러지면 다 절여진 거니까 세 번 씻어서 체에 밭쳐 30분 정도 물을 충분히 빼라.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배 사과 한개, 양파 한개, 생강 엄지 손톱만큼, 새우젓 반큰술, 밥 두 큰 술, 멸치 다시마 육수 반 컵을 믹서에 넣고 갈아준다. (생강 없으면 생강가루 반 작은 술, 밥 대신 찹쌀풀 넣으면 더 좋고, 새우젓 없으면 패스, 멸치 육수 없으면 그냥 생수)
-큰 그릇에 간 재료를 넣고 고춧가루 한 컵, 멸치액젓 반 컵, 다진 마늘 반 컵, 설탕 2큰술을 넣고 잘 섞어서 잠시 놔두고 숙성시켜.(설탕 대신 매실액 있으면 두 큰 술)
-양념에 물을 뺀 배추를 넣고 버무려라.
-쪽파를 3~4cm로 자른 후 나중에 넣어 더 버무린다. 끝!
-일부는 겉절이로 먹을 거니까 접시에 담고 통깨를 솔솔 뿌리고, 나머지는 밀폐용기에 넣어 여름에는 하루, 겨울에는 이틀 상온에 놔두었다가 냉장고에 넣고 맛있게 먹어라~
*김장 때처럼 절인 배추 고갱이와 무채 속을 넣고 수육을 먹고 싶다면 배추 속 이파리를 따로 떼어서 절여서 씻고, 무를 적당량 채 썰고 절여서 물에 헹구고 꼭 짠 후 남긴 김치 양념과 쪽파를 넣고 무치면 된단다. 굴도 있다면 곁들여서 배추에 고기 한점 놓고, 무채랑 굴이랑 올려서 맛있게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