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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Nov 24. 2022

국수나 한그릇 말아먹을까?

한 번의 준비로 여러 요리해 먹기

     

잔치국수

아들아~

음식 안 해본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실수가 “간단하게 국수나 한 그릇 말아먹을까?”라고 말하는 거야.

국수는 삶는 거만 간단할 뿐, 국물도 만들어야 하고 위에 얹는 고명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손가는 거에 비해 대단한 요리로 보이지는 않으니까 음식 하는 사람으로서는 티도 안 나고 번거롭지.

멸치 육수에 갖은 고명을 얹어 먹는 소면을 ‘잔치국수’라고 하는데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옛날에는 결혼이나 생신 혹은 초상이 났을 때 집에서 많은 손님들께 한꺼번에 식사 대접을 해야 했기 때문에 빨리 준비하기 좋은 국수가 잔치 음식으선택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국물은 가마솥에서 계속 끓이고, 국수를 미리 삶아 소쿠리에 사리를 만들어 놓고, 고명도 미리 준비해 놓으면, 손님이 오는 대로 사리에 고명을 얹고 뜨거운 국물을 부어 신속하게 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음식이었을 거야.

그러니 한두 사람이 먹자고 국물 끓이고, 국수 삶고, 고명 만드는 거는 손이 너무 많이 가서 비효율적인 거지. 그러나 혹시 친구들이 여러 명 오거나, 이 재료들을 다른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면 해볼 만은 하단다.

엄마가 잔치국수를 만들다보니 상당 부분 비빔밥과 재료가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어. 물론 잔치 국수에는 다진 김치가 들어간다는 점과, 비빔밥에는 나물이 추가되는 점은 차별점이지만 나머지는 거의 비슷한 재료를 쓴단다. 그러니 이왕 재료를 만들었다면 다음끼에 다른 요리까지 해 먹으면 일석이조지. 발전시키자면, 잡채에도 비슷한 재료가 들어가니 삶은 당면을 넣어서 볶으면 잡채를 만들수도 있단다.


엄마도 결혼해서 처음 요리를 할 때는 좌충우돌이었지. 일머리가 없었다고나 할까?

일의 순서만 잘 잡아도 시간과 노력이 훨씬 줄어들 수 있는데 생각 없이 하다 보니 힘만 들고 느리고 설거지도 여러 번 해야 했었어. 또 새로운 재료로 메뉴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재료로 다른 요리를 한다면 힘도 덜 들었을 텐데 초보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나더라.

공부나 사회에서의 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일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순서도 정하는 시간을 반드시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차피 유한한 시간 안에서, 너무 힘들지 않게,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니까.

그럼 우리 잔치국수 한번 만들어 볼까?

엄마는 여러 가지 고명을 썼다만 너희는 있는 것만 가지고 하면 돼.

항상 말하지만 멸치 다시마 육수는 만들 때 넉넉히 만들어서 페트병에 넣어두고 된장찌개, 계란찜, 덮밥 요리할 때 꺼내서 쓰면 편리하단다.

  


   

-큰 냄비나 솥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자투리 채소가 있으면 넣고(무 양파 대파 버섯 등) 육수를 만들어라. 국간장, 참치액을 적당히 넣어 간을 하고.

-당근 한 개, 애호박 한 개, 표고버섯 8개, 양파 한 개를 채 썰어.

-채 썬 애호박은 소금을 넣고 10분쯤 절여서 손으로 살짝  짠다.

-잡채용 소고기  200g에(다진 고기나 불고기용 고기도 괜찮아) 간장 2큰술, 다진 마늘 반 큰 술, 설탕 반 큰 술, 후추 톡톡, 참기름  큰 술을 넣고 밑간 하고.

-계란, 양파, 호박, 당근, 소고기, 표고버섯의 순서대로 소금을 조금씩 넣고 볶아라.(중간에 팬을 설거지하지 않으려면 볶는 순서를 고려해야 해)

순서대로해야 팬 하나로 설거지하지 않고 볶을수 있단다


-부친 계란을 당근 길이로 채 썰어.

-김치 약간을 속을 털고 잘게 썬 후 설탕 반 큰 술,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무쳐라.

-간장 5큰술에 다진 쪽파 많이, 다진 마늘 1큰술, 깨소금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매실액 또는 설탕 1큰술, 참기름을 많이 넣고 양념간장을 만들어라.

-국수를 1인당 500원짜리 동전 굵기만큼으로 계량 해서 사람 수대로 삶아.

-국수가 익으면 찬물에 넣고 빨래 빨 듯이 비벼서 여러 번 헹구어서 사리를 지어 체에 밭쳐 놓고.

-큰 보울에 먼저 국수를 넣고 고명을 둥그렇게 돌린 후 뜨거운 국물을 부어서 양념간장과 함께 낸다.

-후루룩 맛있게 먹어라!

*밥 위에 위의 재료를 둥그렇게 돌리고 고추장이나 양념간장을 넣으면 비빔밥이다.(나물 추가해라)

*삶은 당면과 위의 재료를 넣어 진간장, 설탕, 물엿, 참기름을 넣고 볶으면 잡채야.(호박은 빼고 채 썬 파프리카 추가해서 볶으면 훌륭한 요리가 되지)

콩나물을 추가한 비빔밥



빨강 노랑 파프리카와 부추를 추가해서 볶은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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