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동안 너희에게 많은 고기 요리를 해주었지. 한창 자랄 때였고 좋아하기도 하니까 자주 밥상에 올렸던 것 같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그냥 구워서 파절이와 곁들여서 참기름 소금에 찍어먹는 경우도 많았고, 양념 불고기도 자주 먹었어.
고기를 여러 가지 채소와 곁들여 어울리는 소스를 넣고 볶는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했었지. 한 입 먹으면 와 소리가 날 정도로 식당에서 먹는 자극적인 맛과 그럴듯한 모양에 너희들이 감탄해주면 저절로 요리할 맛이 났었단다.
아빠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목살 수육도 가끔 먹었는데 새우젓과 곁들여 먹으면 구이와는 다르게 담백하고 맛있었지. 삼겹살이나 목살을 구우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황홀하지만 조금 먹으면 질리기도 하고 속도 불편한 반면, 수육은 많이 먹어도 담백하고 속도 편했어.
나이가 들수록 양념맛이나 느끼한 볶음이 빨리 질리네. 어느 순간, 비빔 함흥냉면보다 평양냉면이 좋아진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친구들도 사귀어 보면 어떤 친구는 화려하고 뚜렷한 성격이어서 만나면 즐겁지만 길게 보면 지치는데, 다른 친구는 재미도 없고 심심하지만 같이 오래 있어도 부담되지 않고 편안한 것처럼, 음식도 그런 것 같아. 첫맛은 밍밍하지만 깊은 맛이 나고 많이 먹어도 부담되지 않는 음식이 갈수록 좋아진단다.
오늘은 엄마가 좋아하는 소고기 아롱사태 수육을 가르쳐주려고 해. 돼지고기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무난하고, 코스트코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마블링이 좋은 아롱사태를 팔고 있으니 사다가 만들어서 좋아하는 친구들 초대해서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아롱사태 1kg을 준비해서 30분 정도 물에 담가 핏물을 빼.(대용량을 구입했다면 일부 냉동했다가 해동해서 만들어 먹어도 괜찮아)
-반으로 잘라서 통째로 끓는 물에 넣고 데친 후 물은 버리고, 새 물을 받아서 양파 반쪽, 파 한뿌리, 통마늘 한통, 자투리 과일이나 무조각등을 넣고 센 불로 끓인 후, 약불로 줄이고 90분 삶아라.
-쇠젓가락으로 고기를 찔러서 쑥 들어갈 정도면 좋아.
-고기를 꺼내서 식을 동안 양념간장과 부추 무침을 만들어 놓아라.(고기가 식어야 예쁘게 썰린단다)
-고기를 마블링의 단면이 보이게 최대한 얇게 썰어라.
-고기를 접시에 둥글게 돌리고 가운데 부추무침을 놓고 먹어도 되고, 고기에 뜨거운국물을 자작하게 부은후 간장을 찍어 먹어도 맛있단다.
-고기 삶은 따뜻한 국물을 옆에 놓고 고기가 마르지 않게 담가가며 먹어라~
*부추 무침
-부추 작은단 200g를 다듬고 씻어서 물기를 빼고 5cm 정도 길이로 썰고 양파 반 개도 채 썰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