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는 신호가 도처에서 오는구나. 이제는 다 졌지만 우리 동네 하천가에 피는 개나리나, 심은 지 오래돼서 꽤 굵은 둥지로 자란 벚나무의 벚꽃이 만발해서 눈이 호강하게 되면 새삼 계절을 실감하게 된다. 신록의 연한 녹색도 한여름의 초록색과는 달리 어여뻐서 인생의 봄인 청춘까지 예찬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네.
또 하나는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 겨울에 먹던 뻔한 음식들로부터 우리를 데려간단다. 겨울의 차갑고 딱딱한 땅을 뚫고 나온 식물들은 그 생명력답게 독특한 향기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깻잎이나 미나리나 고수같이 향이 있는 채소도 많지만 요즘은 4계절 내내 그것들을 접할 수 있는 반면, 쑥이나 냉이나 달래 같은 봄 채소는 쌉싸름한 맛과 오묘한 향을 가지고 있고 특정 시기만 먹을 수 있어서 귀하지. 때가 있다는 점이 이런 채소들을 더 먹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
바지락을 조금 넣고 냉이 된장찌개를 끓여서 먹으면 그 맛은 머릿속에서 잊었던 계절의 리듬을 깨우고 겨울에 지쳤던 몸에 생기를 준단다. 달래를 넉넉히 넣고 간장을 만들어서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없던 입맛이 확 돌지. 쑥을 넣고 만든 인절미는 색과 향도 일품이지만 섬유소가 많아서 탄수화물이 빨리 소화되는 것도 지연시켜 주어서 당지수도 낮춰준단다.
요즘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채소는 두릅이야. 두릅도 씹는 식감과 향이 일품이지. 좋고 비싼 채소는 양념을 줄이고 제맛으로 먹어야 해서 주로 살짝 데쳐서 먹게 되는데, 대부분 초고추장을 찍어 먹지만 초고추장을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어야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단다.(너무 달거나 조미료를 많이 넣은 시판 고추장이 많아)
엄마는 된장 베이스로 심심하게 무쳐먹는 것이 제일 입맛에 맞더라.
계절 음식 이야기를 하니 인생도 계절에 비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네. 너희는 초여름에 들어가는 중이고 엄마 아빠는 겨울에 들어가는 중이네. 계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따로 있는 것처럼 인생도 각 시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해야 할 일을 나중에 한다고 미루면 어쩌면 다음번 기회는 안 올지도 몰라. 조부모님들이 세상을 떠나시니 그분들과 했던 많은 약속들이 영원할 수 없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는 생각이 드네. 그러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을 제때 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두릅숙회>
-두릅을 머리 쪽 껍질을 벗기고 가시도 있으면 긁어내어 손질한다.
-잘 씻어서 끓는 물에 2분쯤 데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두릅 전>
-데친 두릅에 튀김가루를 묻힌다.
-두릅을 튀김가루 반컵과 물 반컵을 넣은 반죽에 넣는다.(취향에 따라 계란물을 입혀서 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