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천일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옥 Sep 23. 2024

영화<인사이드 아웃 2>-사춘기의 마음 구조

불안이의 등장

     

전편 <인사이드 아웃>에서 우리는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섯 캐릭터를 통해 시각화해서 보았다. 비슷한 기억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섬이 어떻게 성격을 형성하는 잘 표현했었다.

또 긍정주의 사회에서 무조건 기쁜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 슬픔이의 역할을 통해 잘 전달되었다.

2편에서는 라일리가 성장해서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더 많은 감정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편에서 전학 때문에 힘들어했던 라일리는 이제 새로운 학교에 완전히 적응하고 친한 친구도 사귄다. 2편은 학교의 하키팀에서 맹활약하는 라일리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하키를 잘하는 그녀는 득점도 하지만 동점인 상황에서 파울로 2분간 퇴장당하기도 한다. 다시 경기장에 들어온 라일리는 자신이 골을 넣을 수도 있었던 찬스에서, 아직 골을 넣지 못한 친한 친구 그레이스에게 패스하며 그녀가 득점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팀플레이를 눈여겨본 고교팀 코치가 세 명의 친구들에게 하키 캠프에 참석할 것을 제안하고 그들은 기뻐하며 수락한다.


라일리는 여전히 밝고 명랑하지만, 몸이 커지고 치아에는 교정기를 끼고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호르몬 분비로 자기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싫고 경기 때 자신이 한 실수 때문에 자책하는 감정이 올라오자, 기쁨이는 실수했던 나쁜 기억들을 모아 기억의 저편(back of mind)으로 보내버린다. 반면에 하키 우승과 같은 긍정적 기억들은 저 아래 신념 저장소(belief system)로 보내는데 그곳에서 이런 신념들로부터 가지가 자라며 마음에 자기 감각(sense of self)이 꽃피게 된다. 현재 라일리의 자기 감각은 “나는 좋은 사람이야”이다.

     

어느 날 사춘기 비상등이 켜지며 라일리의 마음을 헤집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유 없이 엄마에게 짜증을 퍼붓자 엄마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딸을 달랜다. 게다가 하키 캠프에 가는 길에 친구들은 자신들은 하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다른 고등학교에 가기로 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고 라일리는 충격에 빠진다.

이때 새로운 마음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불안이(Anxiety), 부럽이(Envy), 당황이(Embarassment),  따분이(Boredom)가 그들이다.

캠프에서 두 팀을 나눌 때 라일리는 친구들 팀과 자신이 선망하는 고등학교 하키선수 발렌티나 팀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후자를 선택한다. 이때 마음속에서 기쁨이는 친구를 택하라고 하고, 불안이는 새 친구를 만들라고 부추긴다. 불안이는 미래에 닥칠 나쁜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계속 준비를 한다. 발렌티나를 따라간 라일리는 그들 무리의 마음에 들기 위해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쿨한 척하기 위해 냉소적인 말투를 쓰기 시작한다.

     

불안이와 새 친구들이 주도한 감정들을 막기 위해 기쁨이와 옛 친구들이 방해를 하자, 불안이는 그들을 나오지 못하게 마음 깊은 곳에 가두어버리고 어리고 나이브한 자기 감각을 기억의 저편으로 던져 버린다. 간신히 탈출한 기쁨이와 친구들은 기억의 저편으로 가서 과거의 라일리의 자기 감각을 소환하기로 한다. 그들은 마음속을 여행하면서 이제는 라일리가 과거의 의식과 단절되어 비아냥의 대협곡(sar-chasm)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천신만고 끝에 기억의 저편에 도달한 대원들은 버려진 과거의 자기 감각, ‘나는 좋은 사람’을 찾지만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한다.

그들이 무의식 속 극장에 들어갔을 때 그곳은 불안이가 라일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영상으로 만들어 악몽으로 방출하는 곳이었다. 그곳이 작동하면 그녀는 나쁜 상상을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불안이에게는 기쁨이와는 달리 라일리가 지금 어떤 사람인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불안이가 집어넣은 부정적 신념들이 자라서 라일리의 새로운 자기 감각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은 “나는 부족해”였다.

라일리는 코치의 노트에 자신이 아직은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평가가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만회하기 위해 다음날 경기에서 폭주한다. 밸과 같이 되고 싶은 마음에 머리까지 빨간색으로 블리치 하고 밸보다 많은 세 골을 넣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패스하지도 않고 같은 편도 밀치며 두 골을 넣는다. 그러다가 세 번째 골을 넣으려고 거친 플레이를 하다 친구 그레이스를 넘어뜨리고 2분간 퇴장당한다.

격리실에서 그녀는 불안에 잠식되어 패닉 상태에 빠진다.

이때 과거의 자기 감각을 가지고 귀환한 기쁨이가 불안이를 안정시키며 생각에 잠긴다. 라일리의 진정한 자기 감각은 기쁘기만 했던 어릴 때로 돌아가는 것도, 미래에 대한 불안만도 아닌, 복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때 평정을 찾은 라일리가 기쁨이를 부른다. 기쁨이가 대장이 되어 마음을 컨트롤을 하자 그녀가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다시 경기장에 돌아간 라일리는 춤을 추듯 빙판을 누비며 팀원에게 패스를 하면서 하키를 즐긴다.

마음속 대원들이 폭주하는 불안이를 가끔씩 게 해 주자, 라일리는 지금 고교 하키팀에 선발이 안 돼도 내년에 들어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마음을 통제하는 주 기능이 바뀌며 어떤 때는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주로 어떤 기능이 나타나는 가도 다르다.

여기에 덧붙여서 발달 단계, 즉 나이에 따라서 새로운 기능이 나타나기도 한다.

2편에서는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감정들이 출현하게 된다. 여기의 대장이 불안이인데, 소심이(공포)가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불안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

롤모델에 대해 선망하는 감정도 생기고, 자신감이 없어서 어떤 상황에서는 당황해서 없어져버리고싶은 감정이 들기도한다. 그것을 위장하기 위해 매사에 심드렁하게 관심 없는 척하기도 한다.


발달 단계에서 어릴 적에는 부모의 도움으로 즐거운 감정이 주를 이루는 반면, 커가면서 또래 그룹이나 선망하는 선배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늘어나고, 자신의 미래 커리어에 대해 걱정을 하는 단계가 온다. 자신의 장점이나 단점과 실수등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성취와 인정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라일리가 갖는 불안은 사춘기에 꼭 있어야만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1편에서 슬픔의 가치를 인정하듯 2편에서는 불안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래를 상상하지 생각하지 못하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현재에만 살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발달단계에 이르면 미래를 보면서 계획하는 때가 반드시 오고 여기에 불안이라는 감정이 수반된다.  


누가 보아도 라일리는 밝은 성격으로 기쁨이 그녀의 주감정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그와 대가 되는 감정이나 기억들을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1편의 장기 기억장소는 이제 쓸모가 없어져서 보내지는 유치한 감정들을 보관하는 곳이었고, 2편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억을 처박아두는 기억의 저편과, 아예 꽁꽁 가두어두는 금고가 있었다. 어린 라일리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기억만을 남기고 모두 억압해 버렸었다. 그것들이 어느 날 사춘기가 시작되어 봉인이 풀리면서 닥쳐오고 그것을 차분하게 해결할 수가 없어진다. 불안이 자아를 통째로 삼키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 라일리가 깨달은 교훈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섞여 있는 인생에서 나쁜 것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운다고 해서 그것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생각과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는 마음의 복잡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감정 중 어떤 감정이 주로 전체 마음을 통제하는 가가 그 사람의 특질이다. 물론 가끔은 분노에게, 가끔은 불안이에게 키를 넘겨줄 때도 있다. 상황과 발달 단계에 따라 선장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 안에서 나쁜 감정이란 없다. 다만 균형이 심하게 무너지거나 한 감정에만 의존하는 것이 위험할 뿐이. 모든 감정들은 그녀의 것이, 그것들을 적절하게 표현하면 된다.

사춘기가 지나고 나면 사랑을 느끼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어떤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고 누가 조종간을 맡을지 3편이 기대가 된다.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라일리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고 엄마는 마음속에는 불안이가 오랜만에 나타나고, 이때 조종간을 쥐고 있는 주감정은 슬픔이였다. 아빠는 불안이를 제압해 버리는데 이때 주감정은 버럭이였다. 중년 여성의 주감정이 슬픔이이고, 중년 남성의 주감정이 버럭이여서 웃기면서도 슬펐다. 지금은 등장할 때마다 쫓겨나는 추억이는 노년의 주감정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로봇 드림>-두 개의 심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