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옥 Jul 17. 2022

불고기, 기운 나는 음식

국물이 자작한 서울식 불고기

     

서울식 불고기

아들아~

어떤 음식은 우리를 추억으로 데려가기도 하는데 엄마한테는 불고기가 그래.

엄마 어릴 적에는 다들 여유가 별로 없었을 때였는데, 외할아버지가 옛날 분인데도 다정하셔서 퇴근할 때마다 자식들 간식거리를 꼭 사 들고 들어오셨고, 당신이 직장에서 회식을 하시면 우리가 눈에 밟혀서 며칠 지나지 않아 데리고 나가서 불고기를 사주실 때가 많았어.

구멍이 뚫린 비스듬한 철판 위에서 굽는 달달한 불고기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 나중에 가장자리 원형 틀에 고인 국물에서 당면 건져 먹고 밥 비벼서 먹는 맛도 잊을 수 없단다.

외할머니는 자주 해주지는 않으셨지만 시험 보는 날이면 불고기를 구워 주셨지. 속이 든든해야 생각도 잘 난다고 하시면서 해주셨는데, 밖에서 먹는 불고기와는 다르게 도톰한 두께의 고기에 칼집을 넣어서 섭산적처럼 해주셨고 그것도 아주 맛있었어.

옛날 분들은 쑥스러운 언어 대신 음식으로 사랑을 표현한 것 같다.

    

너희 자랄 때는 고기가 흔한 때여서 엄마가 불고기는 자주 해주었던 것 같은데 너희도 나중에 엄마 불고기가 생각나려나.

밥이랑도 먹었지만, 너희 초등학교 때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에 햄 대신에 불고기를 계란에 넣어 지단을 부쳐서 속을 만든 거 기억하니? 고기만 넣으면 부스러지고 먹을 때 떨어져서, 계란으로 접착시키느라 그렇게 만든 거란다.

너희도 열심히 만들어 먹고, 나중에 자식들에게 맛있는 불고기를 해주는 자상한 가장이 되기 바란다.


요즘 세대는 양념한 고기보다 생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한식에서 밥이랑 잘 어울리는 고기 요리는 불고기라고 생각한다. 넉넉히 재워서 반은 덜어서 냉동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쓰면 풍성한 식탁이 될 거다. 그냥 볶아서 먹어도 되지만 파채와 버섯과 당면을 넣어서 서울식 전골로 먹어도 되고, 먹다가 남은 불고기는 샌드위치, 볶음밥, 유부초밥 등에 활용하면 좋단다.


<기본 불고기>

-소고기를 불고기감으로 600g 준비해라.(더 많이 하게 되면 양념도 비례해서 늘리면 돼.)

-배 반개, 양파 한 개를 강판에 갈고.(많은 양을 할 때는 블렌더를 쓰면 편리해.)

-거기에 다진 마늘 2T, 설탕 2T, 간장 6T, 후춧가루 많이, 깨소금 2T, 참기름 많이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잘 저어서 섞는다.

-고기를 양념이 있는 보울에 넣고 잘 무친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기름을 넣고 데워지면 고기를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뭉치지 않게 풀어가며 굽는다.

-김치를 곁들여서 밥과 함께 맛있게 먹어라.

    

<서울식 국물 불고기>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끓여.(시판 국물용 다시팩이나 국물 코인을 넣고 해도 된다.)

-당면은 한 시간 정도 미지근한 물에 불려.

-파는 길게 채 썬다.(어려우면 비싸지만 슈퍼에서 파채를 사다가 길이만 반 잘라서 쓴다.)

-넓은 전골냄비에 불고기와 파채와 팽이버섯, 불린 당면을 넣고, 멸치 다시마 육수를 적당히 넣고 불고기를 풀어가며 익혀서 먹어라.

    

*불고기는 과일에서 단맛을 가져오면 맛이 훌륭해진단다. 배가 가장 잘 어울리지만 없다면 사과나 파인애플도 괜찮고, 매실액을 써도 되고, 아무것도 없으면 설탕을 늘리면 .(슈퍼에서 파는 배 음료나 사과 주스를 써도 된단다.)

*모든 한식 양념의 기본은 마늘과 참기름이어서 그 둘은 절대 빠지면 안 돼. 고기의 경우에는 간 양파도 꼭 들어가야 하고.

*익숙해지면 전골에 표고나 배추등 좋아하는 버섯과 채소를 더  첨가해도 좋아.

불고기  버섯전골

       


이전 14화 다채로운 토핑 유부초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