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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Jun 17. 2022

생명을 의미하는 소울 푸드

미역국

아들아~    

미역국은 여성의 음식이란다.

전통적으로 아이를 낳고 삼신 할머니께 별 탈 없이 해산시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산모가 먹는 첫 번째 음식이지. 과학적으로 미역의 어떤 성분이 산모와 젖먹이 유아에게 좋은지는 많이 알려져 있으니 여기서는 영혼에 좋은 점만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


생일이면 엄마가 늘 미역국을 끓여 주어서 당연히 먹어 왔겠지만 본인의 생일이 엄마가 자기를 낳은 날이라는 것을 같이 기억하기는 쉽지 않아. 과거에는 출산 과정에서 영아뿐 아니라 산모의 사망률도 높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고 미역국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생일이라고 엄마한테 뭐 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날이 엄마에게 감사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엄마 생일에도 너희가 미역국을 끓여주면 좋겠지.

     

너희는 유난히 손이 무뎌서 요리를 하기에는 재주도 없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가사 분담에서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설거지나 화장실 청소를 해 주는게 나을거야. 그러나 예외로 너희가 아내의 생일이나 특히 아내가 아이를 출산했을 때는 아무리 서툴러도 미역국을 직접 끓여주었으면 좋겠다. 그 외의 다른 음식은 사 와도 되고 시켜도 되지만 미역국은 꼭 만들어 먹여서 배우자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유명했던 전혜린 작가의 수필에서, 그녀가 독일 유학 시절에 아기를 낳았는데 남편이 한인마트도 없던 그 시절에 어디서 구했는지 미역국을 끓이고 엉망으로 싼 김밥을 독일 산부인과 병원에 가져와서 자기를 먹였다는 글이 있었어. 그녀는 너무 감동해서 돌이 씹히는 김밥과 아무 맛도 안나는 미역국을 울며 먹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미역국은 생명이 태어났을때 먹는 소울 푸드란다.  



원래는 소고기 양지머리 부분을 덩어리 채 찬물에 담가서 충분히 핏물을 빼고 2시간 이상 푹 고아서 육수를 내어 끓이는 것이 제일 맛있지만, 아무리 맛있어도 경험이 없는 너희가 볼 때 복잡하고 어려우면 지속하기가 힘드니까 간단한 방법으로 하는 게 현명할 거다.

국은 재료가 많을수록 맛있으니 너희 가족 수가 적더라도 너무 조금 하면 맛이 나지 않는단다. 그러니 최소한 4인분 이상으로 하고 남으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전자 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좋을 것 같구나.

 


    

수퍼에서 썰어진 국거리용 소고기(양지머리 부위)를 300그램 이상 구입해라.

마른 미역도 같이 사야겠지.

미역을 큰 보울에다 넣고 물에 불려.(40그램 정도. 불린양을 보고 으면 비닐백에 넣어 냉동실에 넣었다가 다음에 써라)

고기를 물에 잠깐 담갔다가 꺼내서 키친타월로 감싸서 핏물을 빼.

냄비나 궁중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고기와 다진 마늘, 국간장을 넣고 볶아.(탈 수 있으니까 불조절 잘하고 물을 조금씩 넣어 가면서 볶으면 타지 않는다.)

고기 겉면이 완전히 익었을 때 물을 붓고 국물을 끓이고.

여기에 씻어서 체에 건져 놓은 미역을 가위로 잘라서 같이 넣고 중불로 충분히 끓여라.(국물이 졸으면 물 더 부어가면서)

국물 맛을 보고 국간장과 액젓을 넣어서 간을 맞춘다.(참치액젓이 더 낫지만 다른액젓도 괜찮아)

*소고기가 없다면, 황태포, 굴, 전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참기름에 볶아서 국물을 내도 되지만 소고기 없이 충분한 맛은 못내니 국물용 코인을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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