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담가보는 김치, 초간단 깍두기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아들아~

이제 몇 가지 음식을 만들어보니 어때, 할만하니?

주로 주요리와 일품요리를 해보았으니 이제는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상큼한 반찬을 떠올려봐.

당연히 김치가 빠질 수 없지. 반찬이 많아도 김치가 없으면 한식이라고 볼 수가 없어. 맛있는 국이나 찌개에 김치 하나면 되고, 고기를 구워도 김치 하나만 곁들이면 되니까 정말 대단한 부식이야.

김치는 일반요리와는 달리 장기간 저장해 놓고 먹을 수 있고, 만든 후의 뿌듯함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과거 엄마들도 김장이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먹는다는 기쁨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작품을 만든 후에 느끼는 성취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면서 힘든 거사를 해냈던 거지. 아무튼 김치를 만든 후의 뿌듯함은 다른 요리와는 한 차원 다른 감정이어서 너희도 느껴보면 좋겠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경험일 때 붙이지. 너희가 처음으로 걸음마 했을 때나, 처음으로 엄마가 처음으로 너희 소풍 김밥을 쌌을 때가 엄마 기억에 남는 것 처럼 너희가 처음으로 김치 담근 경험도 너희 기억에 남을 거다.

그런데 김치는 내공이 필요하단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도 김치를 썩 잘 담그지는 못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은 많이 가는데 해놓으면 그다지 맛있지도 않아서, 너희도 엄마 김치보다 사서 먹는 종가집 김치가 더 낫다고 혹평을 할 때가 많았으니까.

그러니 너희도 사 먹어도 좋아.

하지만 혹시 외국에라도 가서 김치를 살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든 너희가 만들어야 하니 가르쳐주려고 한다. 이때 가장 쉽게 만들 수 있고 입맛을 달랠 수 있는 것이 깍두기란다. 재료도 간단하고 과정도 쉽고 양을 조금만 해서 밀폐용기에 넣어 익혀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지. 국밥이나 라면, 심지어는 돈까스 같은 양식과도 잘 어울리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김치는 주재료가 배추인지 무인지 파인지 열무인지 등등에 따라 종류가 많다만, 모든 김치의 기본은 주재료를 ‘절여서’ 씻은 뒤, 젓갈과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려서 ‘발효’시키는 것이란다. 그러니 재료를 절이지 않았다던가, 양념한 후 발효를 시키지 않은 것은 엄격하게 말해서 김치라고 볼 수가 없지.

여기서 어떤 젓갈을 쓰는지, 발효가 잘 되게 하기위해 어떤 풀을 쑤어서 섞는지의 여부가 더 맛있는 김치의 비결이 되기도 하지. 그러나 처음에는 일단 복잡한 거 다 빼고, 기본으로 가장 간단한 깍두기를 만들어 보고 나중에 다른 단계의 김치에 도전해 보렴. 다음에는 배추를 잘라서 절여서 하는 배추 막김치를 해볼 수도 있겠지.(지금까지 너희가 먹었던 배추 김치는 배추를 통째로 절여서 하는 포기 김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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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가루나 밀가루 1큰술을 물 한 컵에 잘 풀은후 중약불에 올리고 천천히 계속 저어 풀을 만들어라.(식혀야 해서 제일 먼저 하는 거란다. 이게 번거로우면 쌀밥 약간을 양파나 배 갈때 같이 갈아서 써도 돼)

-무 1개를 씻은 뒤 필러로 껍질을 벗겨.

-좋아하는 깍두기 크기와 모양을 결정한 후 만일 1cm 큐브로 하기로 했다면 그 두께로 슬라이스 한 뒤 깍둑 썰기해.

-큰 보울에 담고 3T의 소금과 1T의 설탕을 넣고 섞어.

-가끔 뒤집으며 30분 정도 방치하여 절이고.

-식힌 풀에 3T의 액젓, 2T의 새우젓, 고춧가루 반컵, 다진 마늘 반컵, 설탕 2T, 배 1/4개 간 것 양파 반개 간 것을 섞어 양념을 만들어라(블렌더에 넣고 한꺼번에 갈아도 되고 양이 적으면 강판에 갈아도 돼.배가 없으면 사과로 대치하거나 생략 )

-남아있는 무 절인물은 체에 밭쳐 따라 버리고.

-절여진 무와 양념을 섞어 버무려라.

-파를 무 크기에 맞춰 썰어서 넣고 같이 버무려.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 단맛이 부족하면 설탕을 좀 더 넣어라.

-유리용기나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넣고 이틀쯤 상온에 방치해서 익히고 냉장고에 넣고 먹는다.(우리는 신김치를 좋아하니까 이틀인데 취향에 따라 하루만 상온에 두기도 한단다.)     

-설렁탕 같은 국 종류, 라면과 곁들여 먹으면 당연히 맛있고, 느끼한 음식 먹은 끝에 깍두기 국물에 밥 비벼먹어도 뒷맛이 개운하단다    

*블렌더는 양념용과 주스용을 따로 마련해야 해. 안 그러면 마늘 양념 냄새나는 주스를 마시게 될 거다.

아들이 처음으로 깍두기를 만들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