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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Sep 03. 2022

아픈 가족에게 주는 사랑

흰죽, 소고기 야채죽

    

흰죽


아들아~

'아들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주제로 걸어온 여행의 끝이 보이네.

엄마가 너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언어라는 게 상처도 주고 오해도 불러일으키고, 또 성인이 된 너희에게 공연히 참견하는 것 같아 꾹 참고 내민 게 음식이란다. 이렇듯 음식은 단지 영양을 보충하고 맛있고를 떠나서 만들면서 걸린 시간과 마음이 들어있는 대화란 뜻이야. 결혼해서 부부싸움을 했을 때도 말없이 음식을 만들어주면 화해하자는 의미이기도 하지.

     

마지막으로 가르쳐 주려는 음식은 죽이다. 요즘은 죽 전문집도 많아서 포장이나 배달도 손쉽다만 가족이 아플 때 가끔 정성껏 죽을 만들어준다면 그 마음까지도 전달이 되어서 빨리 힘이 나게 될 거다.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려는 이유는 엄마가 몇 년 전 많이 아팠다가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의 경험 때문이야. 실제로 아빠와 너희들은 엄마 걱정을 많이 했지만 어떻게 엄마를 도와야 하는지를 몰라서 우왕좌왕했었지. 엄마는 몸의 회복을 위해 뭔가 먹어야 하는데 가족 중 아무도 음식을 할 줄 모르고, 배달 음식을 먹기에는 엄마의 입맛도 소화력도 떨어진 상태여서 이대로 가다가는 엄마가 굶어 죽겠구나 생각했었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어보면 사랑한다는 것이 단지 좋아하고 옆에 있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가 뭐가 필요한 지 알고 그것을 배워서 제대로 해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사랑은 감정일 뿐 아니라 기술도 필요하다는 거지. 예를 들어 꽃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물을 안 주어서 말라죽게 한다던가 너무 자주 주어 썪게 한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가족이 아플 때, 특히 주부가 아플 때 남은 가족은 아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구해다 주는 것이 중요하고 주변에서 구할 수 없다면 기본적인 것은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전복죽, 소고기죽, 낙지죽등 맛으로 먹는 죽의 종류가 많더라만, 장염이 걸렸거나 많이 아플 때는 이런 재료들이 소화가 안 될 때가 많아서 쌀로만 만든 흰 죽이 죽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쌀을 ‘불려서’ 물을 ‘6배’ 이상 잡고 ‘천천히’ 익혀주는 게 죽의 원칙이야.

여기에 소화력이 더 떨어진 사람은 불린 쌀을 블렌더에 넣고 갈아서 쓰기도 하고 물을 더 부어서 묽게 해서 미음처럼 만들기도 하지.

많이 아프지는 않은 경우나 맛으로 죽을 먹고 싶을 때는 취향에 따라 다진 채소나 다진 소고기를 넣기도 하고, 전복 굴 낙지 같은 해산물을 넣기도 하고 된장이나 김치 같은 것을 넣기도 해. 잣죽이나 호박죽도 맛있고. 맛으로 먹을 때는 죽 전문점에서 사 먹어도 괜찮아.

여기서는 아픈 가족이 있을 때 꼭 필요한 흰 죽과, 외국에 있을 경우 구하기 쉬운 재료인 다진 소고기로 소고기 야채죽을 끓여보자.

     



<흰 죽>2인분

-1인분에 쌀 반 컵을 잡는데 너무 적으면 끓이기도 힘들고, 먹을 때마다 매번 끓일 수 없으니 2인분 이상으로 해라

-쌀 한 컵을 씻어서 1시간 정도 불린 다음 체에 밭쳐서 물을 빼라.(급하면 30분이지만 생쌀은 절대 안 )

-불린 쌀과 물의 비율을 1대 6으로 해서 넣고 처음에는 강불, 끓으면 중불로 줄인 다음, 지키고 서서 물이 끓어 넘치지 않게 하고, 주걱으로 눌어붙지 않게 저으며 조리해야 해.

-쌀알이 잘 퍼지고 익었는지 먹어보고, 익었으면 약불로 줄이고 가끔씩 저으면서10분간 뜸을 들여라.(농도를 보고 되직하면 물을 좀 더 넣으면 돼.)

-대접에 담고, 참기름 깨소금을 넣은 간장  곁들여서 아픈 식구에게 가져다 주면 감동이지.   

   

<소고기 야채죽>4인분

-무슨 죽이든 먼저 쌀을 씻어서 불려놓아야 한단다.(2컵)

-다진 소고기 200g에 간장 2큰술, 후추 약간, 설탕 반 큰 술, 맛술 반 큰 술, 다진 마늘 한 큰 술, 참기름 한 큰 술을 넣고 밑간 해라.

-새송이 버섯 1대, 당근 조금, 애호박 반개, 파 반대 잘게 다져라.(칼 사용이 힘들면 찹퍼를 사용해도 돼.)

-냄비에 양념한 고기를 넣고 볶다가 표면이 익으면 다진 채소를 넣고 달달 볶다가 불린 쌀과 참기름을 넣고 더 볶아라.

-물을 쌀의 6배 넣고 처음에는 강불로, 끓으면 중불, 나중에 뜸 들일 때는 약불로 줄이고 밥물이 넘치는 일이 없도록 지켜 서서 가끔씩 주걱으로 바닥을 훑으면서 저어주어야 한단다.

-뜸이 다 들면 참치액이나  쯔유  큰 술과 참기름을 넣고 저어라.(농도와 간은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돼.)

-회복기 환자와 일반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죽이니 같이 맛있게 먹어라.

*새송이 대신 표고나 다른 버섯을 써도 되고, 대파 대신 양파 써도 되고, 없는 채소는 생략해도 된다.    

 

소고기 야채죽



<햇반 죽>

*쌀 불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햇반이나 찬밥으로 대신할 수 있어.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냄비에 햇반 1개(또는 찬밥 한공기)와 물을 약간 넣고 주걱으로 잘게 부순 뒤 전체 물의 양을 밥의 4배가 되도록 더 부어라.(물을 많이 넣고 하면 잘 안 부수어져서 뭉칠 수가 있으니 일단 햇반을 잘게 부순 뒤 정량의 물을 더 부어라.)

-처음에는 강불, 끓으면 약불로 천천히 저어가며 끓이면 흰 죽 완성.(흰 죽 2인분)

-소고기와 채소를 볶은 후 햇반 2개(또는 찬밥 두공기)와 물 약간을 넣고 잘 부순 후 물을 4배가 되도록 더 붓고 위와 똑같은 방법으로 끓이면 소고기죽 완성이다.(소고기 야채죽 4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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