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차린 엄마의 생일상

 에필로그

요리도 썩 잘하지 못하는 엄마가, 아들들이 엄마 없이도 잘 먹고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레시피가 하나 둘 모였다.

원래 손이 어설픈 아들들은 옆에서 가르치고 도와주면 따라하다가도, 혼자하면 방법과 순서를 잊어버리거나 시간이 터무니없이 많이 걸렸고, 결국 간단한 레시피를 써서 주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브런치에 실으니 친구들이 들어와서 읽고 그들의 아들, 딸에게 공유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래도 내 글이 쓸모가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나 보다도 훨씬 요리를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그들도 느끼는 엄마 마음을 표현하고, 아이들 수준에서 단순화해서 실용 가능한 쉬운 레시피를 만든 것에 좋은 평가를 해준것 같다.  

각각의 요리에서 고기의 비중이 높지않나 살짝 반성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아들들이 시간과 능력의 제한으로 여러가지 음식을 만들지  못할것을 아니까, 가능하면 한번에 채소와 고기를 같이 먹을수 있게 고려했다.   

아무튼 아들들은, 더디지만 조금은 요리에 친숙해졌고, 하려는 마음은 생긴 것 같다.

내가 옆에서 도와주기는 했지만, 아들은 엄마 생일에 레시피대로 미역국을 맛있게 끓였다. 한번 직접 해보면 그다음은 레시피만 있으면 겁나지 않을 것이다.

엄마도 좋아하고 자기도 좋아하는 시금치나물도 훈수를 받아 가며 조물조물 무쳤다. 이것도 정말 간단한 레시피로, 다진 파는 빼고 다진 마늘만 넣었다. 다진 마늘은 슈퍼에서 살 수 있지만 파는 다듬어 씻어서 썰어야 하는데 번거롭고 귀찮으면 안 해 먹을 것 같아서다.

불고기도 기본으로 양념해서 버섯이나 파 없이 그냥 볶아서 올렸다. 이것도 익숙해지면 좋아하는  버섯이나 당면을 첨가할수도 있고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들이 생일밥이라고 평소에 먹는 잡곡밥 대신 쌀만 씻어서 흰밥을 했다.

나머지는 있는 밑반찬과 김치, 야채를  곁들였다.

아들은 미역국에 쌀밥, 불고기에 시금치나물까지 훌륭한 밥상을 차렸다.

나는 아들에게 비싼 외식보다 더 감동적인 생일상을 받은 것이다.

잘 자란 아들들은 마침내 두 번째 이유기를 끝냈다.

다 큰 아들들에게 잔소리 할 수 없을 때, 말없이 음식을 내밀었다. 거기에  엄마의 사랑과 기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독립해서 더이상 엄마 음식을 먹지 않을 때도 아들들이 엄마가 준 레시피를  보며  음식 만드는 방법 아래에 깔린 엄마 마음을 잘 읽기를 바란다.

그들이 부모의 둥지를 떠나서 성인으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