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감각 Synesthesia 느낀다.
내가 이 개념을 처음 들어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국어수업 때였나?
문학작품 중에서 시에 대한 수업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시였는지는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때 글로 쓰인 감각적 심상 표현. 즉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등 여러 감각적 심상에 대해서 배웠다.
그다음에는 공감각적 심상이라는 시적 표현 개념을 배운다.
여러 개의 감각이 교차되고 전이되는 표현을 말한다.
아무튼 공감각적 표현이 시의 구절에 나왔었고, 선생님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적 표현이고, 다른 아이들은 처음에 잘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다.
근데 내 입장에서는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가 됐었다.
“응?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특정 단어를 보면 색상의 느낌이 생각하기 전에 바로 느껴졌었고,
글을 읽을 때 혹은 한국사 수업을 들을 때는 마치 드라마 장면이나 그림이 펼쳐지는 모습으로 즉각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면서 내용이 이어져갔다.
그래서 특히 역사와 관련된 과목은 외우지 않아도 항상 고득점을 맞았고, 내가 특히 재미있어하니까 더 잘했던 것 같다.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도 그 말의 내용과 같이 목소리에서 어떤 냄새와 이미지적 분위기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나중에 공감각자라는 사람의 유형이 있음을 알기 전까지,
나는 그저 내가 망상을 잘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인 줄로만 알고 살았다.
내가 공감각자라는 것을 알고 난 뒤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내 일상이 더 재미있어졌다.
공감각자 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글자나 수학기호를 보면 즉각적으로 눈에 색으로 보이는 유형이 있고,
그렇지는 않은데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유형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데, 이게 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게 단지 경험에 의거해서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그렇게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바로 무의식적 감각이 바로 느껴진다.
예를 들어
나에게 apple 이란 단어는 하얀색, 아연백색이라는 느낌으로 떠오른다. 사과 과육이 하얀색이라 그런 것인가? 아무튼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iPhone(아이폰)은 차가운 결이 있는 스테인리스 금속이지만 반짝이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삼성은 이상하게 그냥 검은색이다. 로고는 파란색인데 왜 짙은 검은색으로 떠오르는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갤럭시 유저다. 애플 제품을 좋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또한 예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리스타 출신 커피 전문점 대표님이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주신 적이 있었다.
" 음? 이 커피에서 뭔가 초록색 풀 같은 느낌이 나요 뭘까요? "라고 물었다.
이에 대표님이
" 레몬그라스? "라고 답변해 주셨다.
"아 맞아요 ㅋㅋ 레몬그라스예요. "
감각이 예민해서 공감각을 느끼는 사람끼리는 공통점이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평생을 이런 느낌으로 살다 보니까 나름 인생에서 데이터가 쌓였는지, 글을 읽을 때도, 사람을 볼 때도 어떠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주변인들을 마주할 때도 그런 감각들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사람들을 보자마자 막 바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고.
바로 첫인상에 느껴지는 사람도 있으며, 예전에는 안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 발현되는 경우 등 아주 그냥 자기 마음대로다.
내가 어느 정도 친하거나 관심 있어야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하철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도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
일반인의 경우에는 주변 지인과 관련된 경험이 있다.
그분은 여성분인데 성격적으로는 활발한 편은 아니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타입에 가깝다.
근데 내가 감각적으로 느끼기에는 붉은 선분홍색? 음.. 짙은 밀레니얼 핑크였다.
사실 외면적으로 조용하지만 안에는 확고하고 강렬한 목표의식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나는 짐작한다.
아님 말고.
그분과의 일화가 있는데, 자기가 블로그에 글을 쓸 건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번 읽어 봤다.
나는 그냥 직관적으로
“어.. OO님 글은 회색이에요…”
그때는 그냥 사람들 앞이라 색으로만 말했는데 정확히 비유하자면 회색 콘크리트로 지어진 옛 구소련 시절 동유럽 아파트 같은 느낌이었다.
그분이 쓰신 글에는 내용으로 짜임새 있고 좋은 정보들이 많았지만, 본인의 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 완벽한 글로 보여줘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보였다.
제출용 보고서라던가 학술지 목적으로는 정말 훌륭하지만
개인 블로그에 자신을 알리기 위한 글로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반응은 “아니 너무하신 거 아니 에요? ㅋㅋㅋ” 이랬는데, 나는 진짜 진실을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차마 글이 구소련 시절 아파트 같다고 말해 줄 수가...
내가 느끼기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목소리의 강도나 색적인 면에서 그분은 강렬하고 특색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발표를 할 때와 같이 남에게는 자신의 모습 자체를 잘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내가 공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한 이후 세상을 이런 방식으로 바라보면서 즐기고 있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찾는 재미로 출퇴근시간을 보낸다.
어디 색채 느껴지는 사람 없나?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둘러본다.
여러분들도 혹시 자기도 잘 몰랐지만 공감각자가 아닐까?
한번 일상을 생각만 하면서 지내기보다는 감각에 집중해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일상에 있어서 나만의 또 다른 재미를 찾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