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해 말해줘
이 글은 동거남이 동거녀를, 동거녀가 동거남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전편을 먼저 읽고 와주세요:)
동거녀가 그리는 동거남
본론으로 바로 시작합니다.
- 게임, 많이 못합니다.
본인을 잘할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욱 안타깝달까요? 게임을 잘 모르는 저도 크레이지 아케이드 몇 번으로 그의 게임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항상 롤이나 TFT 같이 하자고 하는 데 저는 안해요. 한지 얼마 안되서 그를 이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운전, 잘 못합니다. (주차를 특히 못한다고 하려고 했는데 그냥 운전을 못해요)
물론, 제가 사고를 낸 전적이 있습니다만.. 그의 운전실력은 참 늘지 않는 것 중 하나입니다.
강릉여행을 갔을 때 만실인 호텔에 주차를 호기롭게 시도했으나 곧 뒷차의 경적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해도 돼'라며 그를 다독였지만, 이내 거의 울면서 차에서 뛰쳐내리더라구요. 그후로 주차는 제가 합니다.(그냥 운전 전체를..)
운전에 대해서 할말이 많은데요, 그냥 운전하는 기본 자세가 '모든 차량이 내 앞으로 오세요' 입니다.
차선변경 절대 안하구요. 1차선도 절대 이용 안합니다. (일식점이죠. 모든 차량 이랏샤이마세..)
- 수영 못하니까 꼭 구명조끼를 지참하세요.
수영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저는 처음에 그가 수영을 못한다 했을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없어 접영과 같은 동작을 하지 못한다는 줄 알았어요. 아니요 그는 뜨지를 못합니다.
그의 변명 왈 ‘근육이 많아서 안뜨는 거라는데’ 박태환은 근육이 없어서 잘 뜬답니까…?
- 그가 좋아하는 매쉬드 포테이토를 해주기로 한 날, 저보다 일찍 퇴근하는 그에게 '그럼 감자만 먼저 삶아놔줘'라고 했죠. 해맑게 퇴근하는 저를 데리러 와서는 감자를 잘 삶았다며 자랑을 하더군요.
집에 가서 제가 본건, 삶아진 이후에도 물에 퐁당 담겨져 있어 죽이 된 감자였습니다. 물기를 제거할 생각이 아니라 물에서 꺼낼 생각도 안한거죠.
- 이외, 밥솥 이용법, 비빔면 만들기 등도 처음 동거한 이후 가르쳤습니다.
- 젖은 수건을 꼭 세탁기에 넣기 전 말려서 넣습니다.
건조기도 없는 집에 왜 앞으로 빨 빨래를 미리 건조해서 넣어야 하는지 이유를 도통 모르겠지만, 그게 좋답니다. 때문에 저희 집은 쓴 수건을 바로 세탁기에 넣지 못하고 식탁 의자에 올려두어야 합니다. 밥 먹을 때마다 등이 축축해지는 건 덤입니다.
- 빨래 돌린 세탁기, 커피포트, 밥솥 뚜껑 열어제치기
이게 뭔 소린가 싶으시죠? 빨래를 말리는게 아니라 그분은 빨래 돌린 세탁기를 말려요. 세탁기에 남아있는 습기가 싫어서 무려 세제 통까지 열어제끼면서 세탁기 안을 보송하게 말립니다. 물에 관련된 타 기기도 마찬가지죠. 커피포트, 밥솥은 사용후 바로 닫지 말고 열어서 말려야 합니다.
-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동거남의 친구(동아리 동기이면서, 과 동기인 친한 친구)가 다니고 있어요.
어떻게 알게 됬냐고요? 그분을 회사에서 마주쳤거든요. 친한 친구의 회사가 어디인지도 몰랐던 거죠.
- 어머님 생신, 아버님 생신을 잘 모릅니다. 저랑 사귄 첫날을 기억하는게 더 신기해요. 알아서 경조사 챙기기는 불가능이니, 내 집 챙길 때 그쪽도 꼭 같이 챙겨주어야 해요.
- 첫 여행을 갔을 때 그의 짐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하루에 입을 속옷, 바지, 윗옷을 하루치씩 비닐백에 넣어왔더군요. 그 이후로도 여행하는 날짜만큼 비닐백의 개수도 동일했습니다.
- 여행 다음날에는 더 놀랐어요. 그 옷들이 다 호텔 행거에 나란히 걸려있더라구요. 단 하루를 자도 행거에 걸어서 아침에 입으면 좋지 않냐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죠. 여전히 저는 자고 일어나면 옷들은 자동으로 행거에 걸려있답니다.
- 제주도에서 차 사고를 냈다 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의 차분한 성격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예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차분하고 또 차분해요.
- 솔직히 처음에 연애했을 때는 언제 화를 내나 테스트를 참 많이 했습니다. 근데 정말 화 안내요. 잘...
- 물티슈 러버
환경오염의 주범이긴 하지만, 그는 물티슈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에게 장보러 가자라는 말은 곽티슈, 물티슈, 휴지가 떨어졌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일 정도죠.
매일 저녁에 책상을 물티슈로 박박 닦는데요. 책상 위에 코팅칠이 벗겨져서 때처럼 나올 정도로 닦습니다. 책상이 깨끗해야 공부할 맛이 난대요.
- 가구의 빈틈 노노
식탁, 책상, 나이트스탠드, 침대 같은 가구들과 벽 사이에 빈틈이 존재하면 안된대요. 꼭 하루에 한번씩 가구들을 벽에 더 가까이 붙입니다.
- 발바닥 만지는 것을 싫어해요.
고양이나 강아지 중에 발바닥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동물들이 있다는데, 이분도 마찬가지에요. 몸에서 가장 더러운 부위라고 느껴진대요. 근데 발마사지는 잘만 받던데.. 저 낚인 거겠죠?
- 힘조절을 잘 못해요.
청소기 1개, 미닫이 문, 침대헤드 등 힘조절을 못해 부서진 아이들입니다.
(침대헤드 이상한 상상 노노에요.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는데 부서졌대요) 평상시 살살 다루어달라 기본적 잔소리를 탑재해주세요.
저는 가수 이효리와 기타리스트 이상순 커플이 저희 커플을 닮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제가 이효리 라는 것이 아닙니다..ㅋㅋㅋ…) 그녀가 처음 라디오스타 프로그램에서 한 말을 정말 처음부터 백까지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자신은 업앤 다운이 심하지만, 남편은 한결 같은 사람이다. 이상순이 좋은 사람인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사람이다. 나는 항상 급하지만, 무언가 끝까지 해내려는 오기와 집념이 있다면, 그에게는 차분함이 있지만 그런 열정은 나보다는 없다.
해당 에피소드를 볼 때 무릎을 탁 쳤답니다. 너무 저와 그의 이야기 같아서.
저는 앞선 에피소드들을 통해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듯이 항상 바쁘고 급하고 전전긍긍해하며 저 스스로를 굉장히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가끔은 제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그런 기준을 요구하기도 하죠. 그런데 그때마다 그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 없다. 주변도 보고가자. 여유있게 한다고 해서 못하거나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해줘요. 실제로 동거남을 만나고, 제 주위 지인들이 제가 많이 안정적이 된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요.
완벽한 사람은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이 완벽하지 않는 사람을 사귈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로의 소중함과 맞춰온 시간들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다 동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