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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약맛댕댕이 Apr 07. 2022

입사 한 달 만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되었다.

구글 번역기로 병원에 접수하다.


 나는 항상 일하는 곳이 바뀌면 항상 잔병치레를 하는 편이었다. 모든 사람이 한 명씩 걸려야 끝날 것 같다는 코로나에 아직 안 걸린 것이 오히려 기적 같았다. 신입사원 집체교육을 최대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 중에서 확진자가 나와, 회사에서 자가 진단키트를 받아 검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 역시 확진자 대열에 끼게 되었다. 


 회사에서 남자 동기가 먼저 몸살기가 있다고 했고, 그 날 저녁 퇴근 후 운동을 시작했더니 목구멍이 따끔따끔하고,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도 피곤하면 편도가 쉽게 붓는 체질이라, 따뜻한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고 잠을 청했다.



D-1

눈을 뜨자마자 느낀 건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듯한 이물감이었다. 편도가 밤 사이에 엄청나게 부었음을 바로 직감했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자가 키트를 바로 진행했지만 음성이 나왔다. (설명서대로 1.5cm 정도만 넣어도 된다기에 그렇게 얕게 찌른 것이 문제였음을 나중에 알았다) 출근하면서도 출근해서도 계속 물을 찾게 되었고, 점심시간에 틈을 내 병원을 찾았다. 편도가 많이 부었다면서 감기약을 처방받았고, 약 복용을 시작했다. 



D-2

 약을 먹었음에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편도염은 더욱 강력하게 찾아와 이제는 아예 입을 벌리는 행위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자그마한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글을 썼고, 열은 나지 않기에 다시 진단키트를 시도해도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번에는 점심 먹기를 포기하고, 다시 병원으로 달려가 편도염을 위한 항생제 주사를 요청했다. 주사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라, 주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후쯤에 나타나야 할 효과 대신에 이제는 이물감을 넘어 편도에서 열이 나는 듯한 작열감마저 느껴졌다. 마치 돌에 구운 석탄을 목구멍에 머금은 느낌, 이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코로나임을 감지하기 시작했고, 다음날 출근이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퇴근을 마무리했다. 


내가 확진자라니..(출처: BBC)



D-3 : 고통의 최고봉1 | 오미크론 확진

 일단 잠을 포기했다. 조금이라도 건조함이 느껴지면, 타는 듯한 목구멍의 작열감 때문에 잠에 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침에 바로 집 앞 이비인후과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오미크론 확진자가 북새통을 이룰 때라, 병원 역시 대기자들로 만원이었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수준을 넘어 침을 삼키기조차 힘든 상황이어서 구글 번역기를 키고 나의 증상을 설명해야 했다. 

(삐빅), 목.이. 심.하.게. 아.픕.니.다

 간호사는 내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내가 길게 적어놓은 카카오톡을 보고 선생님께 내 증상을 대신말씀드렸다. 곧 선생님이 들어오라는 표시를 하신 후, 코로나 검사를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검사를 시작하자마자 내가 그동안 해온 자가키트가 왜 음성인지 알 수 있었다. 마치 면봉과 뇌가 서로 안녕하세요 맞절을 하는 것 같았고, 키트에 시약을 떨어뜨리자마자 두 줄의 선명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가격리 통지서와 다량의 약봉지를 들고 집으로 귀가해 회사의 확진자 프로세스 양식을 읽었다. 


구글 번역기 없었으면 접수도 못했다.. (출처: 캡쳐)



D-4 : 고통의 최고봉 2

 다행히 토요일 주말이기에 몸 상태 걱정만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잠은 자지 못했고, 밤새 목구멍의 작열감으로 인해 누가 내 편도를 지지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먹어야 하는 약도 어찌나 한가득인지, 침도 삼키기 힘든데 약을 같이 삼키려니 죽을 맛이었다. 특히, 간신히 잠에 들려는데, 나의 그분의 코골이 때문에 잠을 깨버렸다. 그에게 말을 하려 했지만, 지금은 강제 인어공주 신세.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불을 발로 팡팡 찼더니 갑자기 왜 그러냐며 눈만 꿈뻑꿈뻑 대는 일도 있었다. 



D-5 : 거짓말처럼 사라진 인후통

 잠을 못 잔지 바야흐로 3일째, 이쯤 되니 당장 내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재택근무조차 가능할지 의심스러웠다. 아침에도 약을 먹어야 하기에 자동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사실 이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후통보다 계속 이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새벽 내내 오미크론 확진자 썰을 찾아 헤맸고, 대부분의 경우 4~5일에서 인후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는 후기를 보고도 내 상태는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한없는 우울감에 빠졌다. 


 하지만, 오후에 되자 기적처럼 침을 삼키는 것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쇳소리이긴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여전히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것이 신기하다) 낮잠을 청할 수 있었다. 



 D-6 : 기침의 시작

 3일 동안 인후통 때문에 잠을 못 잤으니, 기절하듯 잠에 들 수 있었으나 이날도 깊게 잠에 드는 것은 실패했다. 바로 가래가 섞인 기침 때문이었다. 어떻게 아픈 사람들의 루트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지, 단 하나의 증상이라도 비켜갈 수는 없는지 나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이 기침은 마치 폐렴과 같이 계속 이어져서, 숨이 차다는 것이 왜 코로나 대표 증상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극심한 인후통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에 이때부터 병에 차도가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침 솔직히 아직도 한다.. (출처: Google)



D-7~9 : 기침과 공존하는 재택근무 

 재택근무 노래를 불렀건만, 전 회사에서는 하지 못하고, 새 회사의 신입이 되자마자 자동적으로 하게 되다니, 오미크론도 운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전 회사에서 재택근무 못한 이유


결국 격리가 해제되는 목요일까지 기침은 해결이 되지 않아 콜록콜록한 상태로 금요일 출근을 마무리 지었다.

전염력이 없다지만, 지하철에서 나는 기침 소리를 참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출근을 하고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파자가 되어있었는지 내 옆자리 선임 또한 코로나에 걸려 재택근무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총평 

 오미크론이 초기 코로나보다는 약한 감기 수준이라지만, 나에게는 독감 수준과 비슷한 강도였다. 한번 걸리고 말자는 생각을 하는 지인들도 주변에 있었는데, 경고를 하자면, 무증상 50%, 증상 50% 중에서 내가 증상자가 아닐 거라는 보장은 없다. 오미크론 고통 맥스였던 3일 동안 2kg가 빠진 것을 보면, 역시 바이러스라는 존재는 한번 걸리고 말지라는 의미로 도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 같다. 



PS : 당연히 나의 그분도 나 때문에 오미크론에 감염이 되었는데, 무증상자로 분류돼 일주일 동안 행복한 재택근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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