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니 먼데 3
그저께, 어제, 오늘까지 3일은 매화와 함께 했다. 꽃을 감상하고, 흠향에 사진까지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행위를 하였으므로 무척 행복하다. 하지만 주변은 다들 걱정의 한숨이 수미산 높이만큼 높다.
어제는 범어 4거리 한 켠에 서있는 흑매에게로 갔다. 나무를 심었던 업자 아니면 주인이 원했는지 모르겠으나 어느 누구든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안다고 사려 되었다. 16차선 대로 옆 인도에는 명색이 '화단'이라는 곳에 한 모퉁이를 내주었다. 멋스럽게 몸을 비틀고 솔방울까지 달린 소나무 한 그루와 매실 나무를 심은 것을 보면 말이다.
이 매실나무는 한 3년 전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분홍색의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버스에서 내려 가까이 가보니 흑매를 찾아다니던 나의 눈이 한순간 커다래졌다. 순천 송광사, 구례 화엄사, 선암사, 둔전사 등 여러 곳을 가봤다. 시기가 일러 진한 꽃분홍색 봉오리만 눈에 담아왔다. 그 흑매가 지척에 있었다니… 봄을 찾아 짚신이 닳도록 다녔건만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에는 매화가 펴서 웃고 있더라나.
내가 그랬다. 매화 찾아다니는 동안, 내 집 마당에는 천리향이 피어서 골목까지 그 향이 담장을 넘었다. 내가 지닌 꽃이 귀한 줄 모르고 내게 없는 매화, 특히 흑매를 오매불망 집착했다. 외지로 마음이 나돌지 않게 되어 무엇보다 기뻤다. 매일 범어 네거리로 나가서 사진 찍고, 향기에 젖었다. 나의 봄날은 매향에 취해서, 매화와 함께 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비중 높은 하루 일과의 한 부분이다.
누군가 툭 "녹악매(綠顎梅)"도 있다는 것. 나는 또 헤매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매화를 녹악매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 해의 달력 마저 바꿔달았다. 그런데 이 범어 네거리에 녹악매 또한 흑매 부근에 어엿하게 있는 것이 아닌가. 이리하여 나의 탐매(探梅), 매화를 찾아다니는 여행은 끝났다. 결론은 해볼 것 다 해봐야 방황을 멈출 수 있다는 요지다. 첨언하자면
매화를 찾아다니는 '찾을 탐(探)'의 탐매보다 더 멋진 단어를 사유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2019년 3월 중순에 '관매(觀梅)' 라는 제목의 수필이 당선되어 '수필인'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동구 아양아트센터 쪽으로 행선지를 옮겼다. 매화가 동촌 금호강 주위에도 피는 곳이 있는지 알아볼 요량으로. 그곳으로 가다가 언 듯 어느 한 지점의 녹악매가 떠올랐다. 발걸음을 빨리 했다. 틀림없이 폈을 테니 오랜만에 조우할 것이 기뻐서 저절로 성큼성큼. 먼발치서 바라보니 하얀빛이 보이지 않아 이상했다. 도착하여 살폈더니 매화가 피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곳을 통과하여 매화가 있는 목적지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기상 관상대 쪽에 하얀 꽃이 핀 나무가 두 그루 보였다. 백매였다. 꽃 받침이 홍갈 색이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고 손이 시렸다. 하지만 창공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눈이 시원하고, 답답하던 가슴이 뚫리는 것 같았다. 건강을 챙기고, 매화도 감상하고 즐겼으니 무얼 더 바랄까. 찬 물을 마시고 이를 쑤셔도 만족스러웠다. 참, 어제 흑매랑 놀다가 바닥에 떨어진 꽃을 주워서 하얀 찻 잔에 담았더니 향기가 나를 또 감동시켰다.
"매화는 역시 향기야."
사진: 정 혜.
대문 사진: 매화 꽃받침이 연한 풀 빛이다. 풀 빛은 초록이 아주 어릴 때 나타나는 색이다. 녹악매는 푸를 녹(綠)에 꽃받침 악(萼), 매실 나무 매(梅)를 써서 녹악매라는 별칭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