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술을 좋아한다.
나도 술은 꽤 하는 편이지만(?) 남편 앞에서는 겸손해진다.
간간히 반주할 때마다 술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는데, 기가 막힌 표현들이 많다.
취해서 기억이 안 나는 게 아쉬울 뿐이지만 내가 종종 '브런치 하면 인기 많겠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남편이 크게 취한 모습을 본 적이 없지만 술을 마시면 매번 같은 행동을 하는 주사가 있다.
술자리 후에는 꼭 양손 가득히 빵을 사 오는 것. 빵순이인 아내를 위해서 말이다.
혼자만 술을 즐겁게 마시고 와서 미안한 마음에 사 오는 건지, 다가올 잔소리를 막기 위해서 사 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지난달에는 화이트 데이를 맞아 츄파춥스 큰 통을 사 왔다. 나 사탕 안 좋아하는데...
처치 곤란인 사탕 가득 빨간 통을 방치하다가 결국 당근마켓에 나눔을 했다.
당시 잔소리를 많이 했더니 그 뒤로는 빵집으로 고정되었다.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그런 빵들을 잔뜩 사 온다. 산타라도 된 듯이.
내일도 남편은 술 약속이 있다.
해결되지 않은 빵들이 아직 많이 있다고 말해줘야겠다.
괜찮으니 그냥 빈손으로 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