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어느덧 각자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아 4명이서 다 같이 모이기가 여간 쉽지 않다.
보통 이 친구들을 만날 땐 한 달 전부터 날을 잡아놓는다.
각기 다른 장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장 중간 지점인 공주, 세종, 대전에서 돌아가면서 만난다.
오늘은 공주시에서 만났다.
공주 3대 짬뽕집에서 짬뽕을 먹으며 마치 미식가가 된냥 음식을 열심히 평하고,
분위기 있는 감성 카페에서는 밀려둔 이야기를 꺼내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 메타세콰이어 산책길을 함께 걸었다. 아직 푸른 잎이 가득하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청량한 기운이 물씬 맴도는 메타세콰이어길을 걷다 보니
잔나비의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 노래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느낌이다.
그 애의 몸짓은 계절을 묘사해요.
자꾸만 나풀나풀대는데
단번에 봄인 걸 알았어요
오월의 하늘은
푸르던 날들로 내몰린 젊은 우리는
영원한 사랑을 해 본 사람들처럼
꼭 그렇게 웃어줬네
싱그러운 초록초록한 느낌에 산책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다. 다들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다.
친구들은 장소를 검색한 나를 칭찬하고, 짧은 길이지만 너무 좋았다고 한다.(짧은 길이라 좋았던 것 같다)
"우리도 이제 나이 들긴 했나 봐. 이런 곳이 너무 좋다"
격하게 공감한다. 사람들 북적이는 힙한 장소보다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이런 장소가 더 좋다.
다음에는 남편과 딸아이와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