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지안이가 태어난 지 8개월 즈음.
당시 무더위를 피해 집 근처 도서관(유아실)을 자주 갔다.
딸아이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 신나게 쫓아다니는데(물론 기어서)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여웠다.
한 번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여자 언니를 졸졸 쫓아다녔다. 아이는 부담스러웠는지 지안이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길래
아이의 독서를 방해하는 것 같아서 지안이를 안고 흔들흔들하며 재웠다.
쫓아다니느라 힘들었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상태로 금방 잠이 들었다.
"아기 한 번 안아봐도 돼요?"
여자 아이가 조심스레 와서 묻는다.
아이도 지안이가 싫지 않았나 보다. 단지 지안이의 저돌적인 플러팅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그런 것일 뿐.
"생각보다 무거울 텐데, 괜찮겠어?
끄덕끄덕
아기가 깰까 봐 대답은 생략하고 끄덕이기만 하다.
조심스레 지안이를 건네받고는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인류애는 아직 살아있다!
"손 아프면 말해. 내.."
도리도리
내가 달라는 액션을 취하는 줄 알았는지 바로 도리도리.
지안이를 안고 있는 아이도 귀엽고 곤히 자고 있는 딸아이가 사랑스러워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이모가 사진 찍어도 될까? 아기만 나오게 할게"
끄덕끄덕
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좀 조용히 하라는 눈빛이었다. 누가 애 엄마인지 참..
그렇게 몇 분 정도 안고 있다가 아이의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아쉬워하며 지안이를 건네주었다.
지안이의 땀은 다 식어있었다.
그 이후로 혹시나 그 아이를 볼 수 있을까 싶어 같은 시간에 몇 번 찾아갔지만 마주치지 못했다.
가끔 지안이가 어린아이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을 때마다 그 여자 아이가 생각난다.
다른 곳에서도 사랑을 나눠주고 있을 그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