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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Oct 06. 2022

제 9화

우리 이야기

‘...림아. 강림아. 이제 일어나야지.’

‘으음..누구야? 나 더 자고싶어.’

‘강림아, 이제 일어나야지. 눈 뜨렴’

‘싫어. 피곤해 더 잘래. 근데 누구지?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인데...할매?    할매야?’

‘우리 강림이에게 이 할미가 몹쓸 부탁을 했어. 미안해. 근데 조금만 더   

  힘을 빌려줘야겠다. 강림아. 우리 손녀 잘 부탁한다.’ 

강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리의 공격에 찔린 눈에서는 피가 멈추어 있었다. 다행히 눈옆으로 스쳐지나가 눈두덩이에 긴 흉터를 남겼지만 앞을 보는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할매. 내 할매가 살린 목숨이다. 걱정마라. 괜찮다. 내가 할매 부탁 들어주께. 걱정마라”

화장실에서 물로 얼굴을 씻고 거울을 보며 말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눈 안에 봉인된 무당 허씨에게 하는 말이였다. 

어린시절 강림은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엄마와 도망을 다녔다. 친정으로 도망갔던 강림의 엄마는 얼마 못 가 시장통에서 아버지에게 붙잡혀 죽을만큼 맞았고 그런 아버지를 말리기위해 달려들었던 강림은 아버지가 휘두르는 주먹에 맞아 쓰러졌다. 머리에선 피가 흐르고 눈앞에선 자신을 보며 소리지르는 엄마의 모습이 마지막이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강림이 쓰러진 사이 머리채가 잡혀 끌려가던 엄마가 손에 잡히는 돌덩이로 아버지를 내리쳤고 아버진 그 자리에서 죽었다. 엄마는 강림을 찾아 달려오다가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했다. 그때 마침 길을 지나던 무당 허씨의 도움으로 강림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를 벗어날수가 없었다. 학교도 가지않고, 밥도 먹지않고 비가 오나 눈이오나 시장통 뒷골목. 자신이 쓰러졌던 곳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럴때마다 무당 허씨가 나타났다. 

“아가. 가자. 네가 이러면 네 어미 하늘로 못 가. 지금도 이리 니옆에서 울고있는데 이러다가 어미 좋은곳으로 못가고 여기서 천년만년 눈물만 흘리고 있을게야. 이 할미하고 가자꾸나”

“할매. 우리 엄마가 정말 여기있나? 나땜에 못가고 자꾸 우나?”

“그려. 그려. 너그 어미 이제 보내주자. 아가야. 할미랑 가자. 니 이름이 뭐고, 너그 엄마가 자꾸 우는 통에 이름도 못들었다”

“강림이..”

그렇게 무당 허씨와 지내다가도 엄마가 보고싶거나 무당 허씨가 다른 사람들과 있는 날이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무당 허씨가 죽기 며칠전. 

“강림아. 할매 부탁 하나만 들어도고”

“말해라. 내 할매 부탁은 다 들어주께.”

“이 할미가 이제 곧 여길 떠나야 할것같다.”

“그게 뭔소리고? 어디가나?”

“아니. 이제 니 어미 만나러 가야지.”

“뭔 소리고? 왜 그런 소리를 하노? 그러지 마라.”

“강림아 내 한달만 네 몸 좀 빌려도고, 내 죽고나서 우리 증손녀들에게 뭔일이 생길것같다. 내 유일한 혈육이다. 보지 못하고 산 세월이 길어도 피는 못 끊는기라. 니한테는 미안하다. 그동안 내가 가르친대로만 하면 니 밥은 먹고 살끼라. 근데 며칠만 우리 증손녀들 곁에서 좀 지켜보고싶다. 괜찮겠나?”

“응. 다 들어준다 안했나. 해주께 어찌 빌려주면되노?”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바로보는 강림의 왼쪽 눈을 한손으로 가린채 눈을 감고 중얼거리던 허씨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되었다. 이제 내가 무슨일이 생겨도 너를 통해서 잠시 이곳에 있을 수있다. 그리고 강림아 아무도 믿지말그래이. 며칠전에 우리 집에 증손녀 데려온 내 손주사위 봤재? 그 놈 따라가. 알았제? ”

“응. 걱정마라”

무당 허씨의 말대로 며칠뒤 무당 허씨가 죽었다며 주씨 아주머니가 강림을 만나러 왔을 때 눈이 불에 댄 것처럼 뜨거워 제대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덕에 허씨의 기운을 느끼지못한 주씨는 강림을 우리의 주변으로 보내게 된 것이다. 

강림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직은 우리를 찾을 수 있다. 분명히 우리의 가족을 찾아 해치려고 할 것이다.  할머니에 대한 복수심으로. 당장 누리의 학교 행사장으로 가야했다. 할머니의 가족들이 위험하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늦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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