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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Oct 06. 2022

제 7화

우리 이야기 

다시…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10년 전 그날 밤.  

첫 번째 살인이 시작되었다.
 
 주씨, 그러니까 외롭게 살던 주길자는 37살에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갈가리 찢겨 시체 또한 찾을 수 없었기에 한 자리에 앉아 울고 또 우는 어린 영이 있었다. 
 딱 한번. 

딱 한번만 두 다리로 걷고 꽃내음을 맡고 싶어하는 순수한 영이였다.
 생을 마감하는 자와 생에 미련이 남은 영은 서로를 끌어당겼고 아무런 의식없이 주씨의 몸으로 영이 빙의 되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무당 허씨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고, 순수한 영이 원하는 삶을 1년간 살수 있게 도와주었다. 
 1년 동안 이승에서의 못다 이룬 일을 마무리 지으라고…기회를 준 것이다. 처음에는 고마움이 컸던 그 영은 무당 허씨를 도와 열심히 기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씨 안에 있는 영은 더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어린 몸이 필요했다.  


 ‘무당 허씨의 신력이면 손쉽게 다른 몸으로 갈아탈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주씨는 무당 허씨의 가족 중 신력이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씨의 증손녀가 태어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7살.
 인간의 수명을 100살이라고 한다면… 

그 몸만 갖게되면  90여년의 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무당 허씨가 늘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저 년을 죽여야겠어!, 그래야 내가 그 아이 몸을 가질 수 있어!’
 주씨의 간절함이 신의 마음에 들었을까?  허씨의 증손녀가 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곧 그들이 무당 허씨를 찾아올 것을 직감했다.  

주씨는 그 날을 결전의 날로 삼았다. 
 
 주씨의 생각대로 우리네 가족이 찾아왔다. 보기만해도 아름다운 우리의 싱싱한 몸은 주씨의 완벽한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우리를 살리기위해 우리의 몸에 애기 영을 빙의 시킨다는 말을 들은 주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를 데리고 본당으로 들어가는 무당 허씨를 한번 째려본 후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 무당 허씨를 죽일 만한 흉기를 찾던 주씨는 이내 탄식했다. 
 "이 년, 내가 자길 죽일 것을 미리 알고있었구나!” 

부엌에서는 그 어떤 흉기도 찾을 수가 없었다.
 주씨는 다급하게 방울소리가 들리는 본당으로 향했다. 
 

천둥소리와 폭풍우의 소리 그리고 방울소리가 뒤섞여 기교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벌컥 방문을 열자 허씨의 등은 춤을 추듯 굽은 채였고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녀의 회색빛 머리카락은 본당의 흔들리는 촛불 때문에 마치 핏빛으로 보였다. 
 우리의 몸 주변으로 푸른 안개 같은 것이 피어 올랐고 본당의 한 쪽 모퉁이에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내 검은 연기는 회오리치듯 우리의 몸을 향했다. 

주씨의 살기를 느꼈으나 허씨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인다면 사랑스러운 증손녀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이였다. 

지금이 아니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갈 터였기에 허씨는 죽을 각오로 버티고 서 있었다. 

살기를 띈 광기어린 푸른 눈을 희번거리던 주씨는 굿을 하기위해 놓인 무구들 중 칼을 찾아내고 손에 쥐고 허씨에게 달려들었다. 

(*무구 :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쓰는 도구)

본능적으로 주씨의 힘에 반항했지만 빙의 의식에 모든 기운을 쓴 허씨는 이길 힘이 없었다. 

“네가….이런다고 영원히…살 .. 수 있을 것 같으냐?” 

“닥쳐!!!”

귀신을 베기위해 준비했던 날카로운 칼이 허씨의 목에 꽂혔다.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내뱉는 늙은 무당의 몸을 옆으로 집어던지고  

주씨는 우리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이미 애기 영의 모습도, 스멀스멀 피어나던 검은 연기도….. 고통스러워 하던 우리의 비명도 끝난 뒤였다.

“망할 할망구…..내가 이런다고 포기 할 것 같아?!!!!”

주씨는 새벽닭이 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무당 허씨의 시체 처리를 위해 아쉽지만 애기영을 받은 우리를 깨워 무당 허씨가 준비 해 놓은 새 옷을 갈아입히고 서둘러 성준과 희수를 서울로 올려보냈다.

시체를 토막내 법당 근처에 묻고 한 숨 돌리며 다시 우리의 몸을 차지할 계획을 세웠다. 

며칠 전 장터에 들어온 몸 허약한 사내아이가 생각난 주씨. 

그 아일 데려와 깨끗하게 씻기고 먹이고 입혔으며, [강림]이란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근처에서 다른 영들이 그 몸을 못 가져가게 지키고. 자신이 탐할 기회를 만들기위해

강림을 키워 우리의 근처로 보냈다. 

십 년. 십년이란 긴 시간을 단지 우리의 몸을 갖겠다는 마음으로 꾹 참고 버틴 것이다. 

이 사실을  알리없는 성준과 희수. 

“성준씨. 그 아이 말야..강림이란…”

“응, 당신도 그 아이 생각하고있었구나.”

“부모도 없이 혼자 어떻게 그렇게 잘 컸을까? 그리고 어떻게 우리 우리를 지켜줬을까? 역시 할머니가 우리를 지켜주는거야. 그렇지? 성준씨 나.. 그 아이 데려오고싶어.”

“그래 나도 그 생각했어. 혼자 산다니…. 우리 손님방 남는거 있으니까. 강림학생 데려와서 함께 지내도 좋을것 같아. 우리랑 얘기해보자구.“

사춘기인 딸아이가 불편할까봐 걱정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우리의 반응은 의외였다. 

“응, 엄마아빠 원하시는데로 해요.난 괜찮아요.” 

“정말? 안 불편하겠어? 사실 엄만…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할머니가 너를 위해서 그 아이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있으면 네가 좀 더 좋을것같기도하고…”

“응 엄마 괜찮아요. 강림이 안 불편해요.”

그렇게 작은 배낭을 메고 책 몇 권을 들고 강림은 성준의 집으로 오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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