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흑곰아제 Oct 06. 2022

제 6화

우리 이야기 

그러자 주씨 아주머니는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결심에 선 듯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제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될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우리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어요. 우리가 쓰러지기 시작한 것은 더 이상 몸 안에 빙의되었던 아기 신이 버티지 못하는 것을 뜻해요. 이제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으니 우리는 크게 한번 아프고 나면 빙의되었던 아기신의 존재는 소멸할 거에요. 그러면 이제 10년 동안 잠들어있던 우리의 원래 인격이 나오는 것이에요” 

 희수는 놀라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리 희수 이제껏 잘 지내 왔는데 죽는 것은 아니지요?”

 주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 했다. 

“이제 우리는 그때의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자고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랐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탐하는 귀신들이 함부로 탐내지 못할 것입니다. 더욱이 강림이가 옆에 있으면 다가오지 못하지요. 왠만하면 강림이와 함께 다니도록 해주세요. 서로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이게 전부입니다. 강림이는 제가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양아들로 잘 키워왔습니다. 아마 불의가 생기면 올바르게 행동할 것입니다.”

 한동안 셋은 멍하니 서로만을 바라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듯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희수는 쭈뼛쭈뼛 이야기를 했다. 

“이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나요? 무당이 된다거나 죽지는 않겠죠?”

주 씨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귀신의 말을 듣는 귀를 가졌다는 이야기 알고 있으셨죠? 하지만 10년 동안 아기신이 빙의된 후로는 귀신의 소리를 들었다거나 느꼈다는 말 없었을 거에요. 그것은 우리가 부탁한 아기 신이 다행히 선한 영혼이여서 우리를 지켜줬을 거에요. 빙의된 영혼도 현실에 못다 이룬 삶을 살면서 우리를 지켜준걸로 알아요. 제가 직접 보지는 못해도 그런 느낌은 받고 있었거든요. 아마 똑같은 운명을 가진 두 영혼이 서로를 도우면서 10년동안 안전하게 살았었어요.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그 아기 영혼은 소멸하겠지만요...”

희수는 놀라서 다시 되물었다. 

“아기 신이 소멸한다고요?” 

주씨 아주머니는 이야기했다. 

“맞아요. 원래는 신이 될 영혼이었는데, 스승님의 기도와 부탁으로 인해 평범한 삶을 10년 동안 살기로 한거였어요. 이제 곧 떠날 때가 된 것이에요. 남은 날 동안 많이 예뻐해 주세요. 이제 떠나면 소멸하여 다시는 사람으로 못 태어 나요.” 

희수와 성준이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애처로웠다. 원래의 우리 영혼이 중요하고 소중하여 선택한 일인데 막상 10년 동안 함께 했던 아기 영이 소멸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간 함께했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하지만 주씨 아주머니는 이야기 했다. 

“아기 영은 충분히 화목한 가정에서 충분히 사랑을 받았을거에요. 그러니 너무 속상해 하지마세요. 그러고 따뜻하게 보내 주세요. 그러면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갈 수 있을거에요. 그전에 우리가 크게 아플 것이라는 말 잊지 마시고요. 그 이후에 원래의 자고 있던 우리가 깨어나면 나이가 먹은 만큼 심성도 영적 능력도 자라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강림이가 옆에서 지켜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우리에게  기대를 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일 년 같은 하루가 서서히 막을 내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뒤죽박죽 섞인 이야기를 정리하며 성준과 희수는 많은 생각에 잠긴다. 이제는 보내줘야 할 지금의 우리와 새로 만나게 될 원래의 우리를 떠올리며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그렇게 밤은 깊어만 가고 집으로 달리는 차 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이전 05화 제 5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