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10년 동안 한 결 같이 암자를 지키고 있던 주 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성준과 희수를 보았다.
“그동안 많이 궁금하셨을텐데, 이제 이야기를 해 줄게요. 10년 전 그 천둥번개 치던 밤에 스승님께서 밤새도록 기도를 하셨어요. 신께 이 한 목숨을 바쳐도 좋으니, 내 손녀를 살려달라고 말이죠. 그래서 하늘이 그 기도를 들으셨는지.......” 주 씨 아주머니는 말을 못하고 고개를 떨 구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네네? 얘기를 해주세요!”
이야기를 듣던 희수는 눈이 동그래져 울면서 이야기를 재촉했다.
“계속 이야기를 해야겠죠? 그날 아침 동이 트자마자 들어가 보니 스승님이 거의 숨이 다한 목소리로 저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답니다”
“우리는 일단 10년까지는 안전할거야. 희수에게 잘 끝났다고 전해주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돌아서 나가려는데 다시 부르시더군요.”
“그리고 나는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으니 아이들에게는 아무이야기 하지 말아주게나. 그리고 이번 달 장날이 되면 뒷골목에 눈이 매섭게 생긴 아이가 있을 거야. 한 7~8살 정도 되었을 거야. 좋지 못한 행실을 하는 남자 아이를 보거든 데리고 와서 정성스럽게 키워줘. 그리고 어느 순간 자립하겠다고 하면 우리네 학교가 있는 데로 보내주겠나. 그러면 그 아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동안 나 따라다니느라 고생 많았네. 아이들에게는 끝까지 모르게 해줘..”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물었어요. 그 아이가 누구인데요? 어떻게 생겼는지요?”하면서요.
“하지만, 스승님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으셨답니다. 늦게 이야기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흑흑흑...”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희수와 성준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그러면 그날 외할머님이 돌아가신 거에요?”
성준이 기절할 듯 한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네. 하지만 스승님의 부탁이 있어 제가 이야기를 할수 없었답니다.
제가 장례를 치러서 여태껏 제가 모시고 있었답니다. 이제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죄송합니다.”
희수는 한참을 통곡을 하면서 암자가 떠나갈 듯 울었다. 그 모습을 보는 성준도 따라서 울었다. 자식을 위해 외할머니를 죽음으로 떠밀었던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저주스러운 스스로의 인생까지도 억울한 듯 통곡을 하였다.
한참을 지난 뒤 울음이 잦아든 희수는 물었다.
“외할머니 어디로 모셨나요? 계신 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주 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오라는 듯 일어났다.
암자의 안쪽 깊숙한 곳을 가자 생전 처음 보는 사당 같은 곳이 나왔다. 희수도 이곳에서 어릴 적 엄마와 몇 번 왔다갔지만 이런 작은 사당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사당 앞에 다다르자 차가운 바람이 희수와 성준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외할머니가 여기 계세요? 이곳이 원래 있던 곳이에요? 왜 저는 처음 보는 것 같죠?”
그 물음에 주 씨 아주머니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일반인의 눈에는 안 보이는 곳이랍니다. 이제는 필요에 의해서 보일 뿐입니다. 스승님은 이곳에 잘 계십니다.”
주 씨 아주머니를 따라서 사당 안으로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 곳은 아까의 차가운 바람과는 반대로 따뜻한 기운이 가득 찬 곳이었다. 약간 어두운 곳 이었지만 딱 한곳인 엄마의 위패가 있는 곳에는 조명이 없는 곳인데도 신기하게 밝게 빛이 났다.
희수는 위패를 보자 다시 눈물이 났다. 그런 희수를 말없이 토닥여 주는 성준이었다. 얼마만의 시간이 지나자 울음을 그친 희수는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잘 모셔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외할머니는 잘 가셨나요?”
“네. 희수씨에게 우리를 데려다준 뒤 인사를 하고 다시 돌아오니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런데 미리 알고 계셨던지 스승님의 방안에는 모두 준비가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준비된 그대로 하고 희수씨를 기다렸지요.”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수고 많이 하셨어요. 흑흑흑...”
외할머니의 위패를 한참동안 바라본 희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마음 한켠에는 외할머니가 살아계실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위패를 바라본 순간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을 하니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한참을 지난 뒤 성준이는 물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나요?
주 씨 아주머니는 그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 거렸다.
“ 혹시 주변에 낯이 익은 남자 아이 하나가 있지 않나요? “
성준과 희수는 번갈아가면서 서로를 바라보다 한 인물을 떠올리게 되고 동시에 이름을 불렀다. “ 강림이요?”
그러자 빙긋 웃으며 주 씨 아주머니는 끄덕거렸다.
“네 맞아요. 그 아이가 바로 스승님이, 그리고 제가 여러분에게 보내드린 바로 그 아이지요. ”
그러자 희수는 다시 한번 놀라며 이야기를 했다.
“처음 봤는데 이상하게 낫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외할머니를 보는듯한 느낌이요.”
주씨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맞아요. 그 아이는 생전에 스승님이 특별히 점찍어두고 가신 아이입니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스승님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있었는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계셨더라고요. 그 아이는 고아로 시장에서 앵벌이하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눈은 강렬하게 잡아먹을 것처럼 매서워서 시장바닥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살고 있었답니다. 그런 아이를 제가 데려와서 양아들로 키우기 시작했지요. 나중에 보니 그에게는 영안은 없는데 주변에 결계 같은 것이 쳐진 듯 주변에 잡귀들을 못 오게 하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희수와 성준이는 이야기를 듣더니 더욱 놀랐다.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어요?”
“네. 그럼요. 아마 스승님은 그의 능력을 일찍이 보아서 우리를 지켜주도록 계획을 세우신 것 같아요. 제가 양아들로 키우고 있었는데 작년에 갑자기 독립을 하겠다고 하여서 제가 때가 되었구나 싶어서 우리네 학교근처로 전학을 보내 줬답니다.”
“아 그래서 우리가 작년에 전학 왔다고 말하는 그 아이가 바로 강림이었군요..” 희수가 이름을 몇 차례 우리를 통해서 들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강림이는 스스로의 능력은 전혀 몰라요. 저도 딱히 알려줘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나뒀지요. 혹시 서로 만났나요?”
주씨 아주머니는 희수와 성준이에게 물었다.
그래서 성준이는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몇일 전 우리가 쓰러진 이야기 까지 모두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