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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Oct 06. 2022

제 3화

우리 이야기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새벽닭 우는 소리에..

잠깐 새우잠이 들었던 성준이 눈을 떴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희수는 새벽 3시 넘어서 겨우 쓰다듬고 손을 꼭 부여잡고 웅크리고 잠이 든 상태였다.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와본다.

어느덧 비는 그치고...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정도였다.

우리를 두고 왔던 그 방으로 가본다. 가는 길에 주 씨가 조용히 먼저 안내해 준다.

기운이 쭉 빠진 우리가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혀진 채로 얌전히 누워있다.

그리고 할머님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님께서는?”

“조용히 아이가 깨면 일어나서 정화수 한 그릇 올리고 아침 공양하시고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님은 괜찮으신지요?”

“더는 전할 말씀이 없어 죄송합니다...”

“엄마”

우리가 일어나서 옆으로 온 희수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바람에.

더는 물어보지 못하고.

조용히 정화수 한 그릇을 어찌 올렸는지 모른 채.

그렇게 쫓기듯이 뒤돌아볼 시간도 없이 떠나왔다.

오늘같이 비가 많이 내리던 날은.

십 년 전 그날이 생각난다.

어렴풋이. 우리는 그날 이후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어느덧 이제 고1이 되었다.

그런데 비가 많이 내리는 오늘따라 우리가 학교 행사 준비로 늦어진다고 해서 마음이 다급해졌다.

서 기사님이 계시나 오늘따라 왠지 아빠인 내가 가야될 듯해서.

어찌 회의를 끝냈는지 모른 채.

우리의 학교 근처로 가고 있었다.

어두울 시간이 아닌데.

비로 인해 사방이 어두워 보인다.

한여름이기에, 비로 인해 더 습해짐을 느끼게 된다.

근처에 주차하려고 비상등을 누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 순간.

“어... 어...”

“...”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에.

성준은 급하게 차를 세우고 내리게 된다.

그런데 쓰러진 사람을 보니.

우리가 아닌가?

“김우리... 괜찮니?”

“...”

“우리야.”

“아... 안.. 녕.. 하세요.. 누구신지요?”

“난 우리 아빠네.. 좀 도와주겠나..”

“잠시만요..”

“옷이 젖더라도 일 분만 편하게 옆으로 눕혀 놓고 괜찮으면 일어나는지 보고 데려가시면 안 될까요?”

“어.. 어.. 그래야 되는 건가..왜..”

우리 옆에 있는 키가 큰.

그리고 강렬함과 정확함이 느껴지는 남학생의 말에 성준은 거부할 수가 없음을.. 결국 그말을 따르기로 한다.

그러자 정말.

“김우리 괜찮지?”

“나. 왜 이러고 있지?”

“우리야. 괜찮니?”- - (성준)

“어 아빠 어쩐 일이세요?”, 어 그리고 너는 강림이??”

“비가 많이 와서 데리러 오려고 온 건데. 네가 갑자기.”

“아버님, 우리가 잠깐 어지러워서 그런 거니 이제 괜찮아졌나 봅니다. 얼른 데리고 가세요.”

“어.그래요, 고맙네요. 신세를 졌는데. 연락처라도.”

“아닙니다. 우리랑 저는 같은 반도 아닙니다. 지나가다 보여서 그런 거니.

조심히 안녕히 가세요.”

집이 어디냐고 물어볼 수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학생을 성준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다른 때와 달리 잠이 온다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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