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칠흑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산길을 자동차 한 대가 달리고 있다.
“사장님.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조금 속도를 늦추겠습니다.”
노년의 기사는 뒷좌석에서 울음을 꾹 참고 있는 성준에게 말했다.
“비가 오기 전에 도착해야해. 난 괜찮으니 속도를 높이게.”
성준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체로 대답했다.
그 시선이 닿는 곳에는 일곱 살가량의 여자아이가 고통을 호소하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는 희수의 눈에선 눈물이 흐리고 있지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
“여보. 괜찮아. 우리 괜찮을 거야. 그러니 진정해.”
성준이 희수의 입술에 손을 대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응. 그치 여보?. 우리 괜찮을 거야 ...”
우리가 몇 달 전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태어나던 순간부터 울음이 멈추지 않고 예민한 아이였다.
겁도 많고 소심해서 사람들에게 나서기를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말도 느리고 걸음도 느린 아이였다.
유명한 병원은 모두 다녀봤지만 원인불명.
마지막 갔던 대학병원의 의사가 혼잣말로 한‘신병인가?’
그 말 한마디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불안했다. 어린 시절 나도 우리 같았다. 난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본다.
외할머니는 유명한 무당이다.
자신 같은 운명은 피하라며 외할머니는 엄마를 친척집으로 보냈고
내가 귀신을 본다는 것을 안 엄마를 따라 처음 외할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 외할머니는 나를 안고 한참을 우셨다. 할머니의 눈물 덕분일까? 그 뒤로는 귀신을 보지 못했다.
근데..그 무당의 피가. 내 자식에게까지 흘러 들어간 건 아닌지..이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무서웠다.
처음 나의 불안한 마음을 얘기했을 때 남편은 아무말 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우리 딸은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마”하며 위로해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니 신병이라고 내림굿을 해야 한다는 그 말에 나는 주저앉았다.
“애미가 받아야할 신을 안 받았으니. 신이 노했지. 신이 노했어! 니 년은 신 안받고 편안하냐? 이년아. 니 년 때문에 애 잡겠어. 니 년 누름굿한 무당이 있지? 그 무당한테 애 데려가 그래야 살려.아니면 얘 죽어.“
‘누가 내게 누름굿을 해주었지?’누군지도 모르는 무당을 찾아야한다니. 막막했다.
‘누가 내게 누름굿을 해주었지?’누군지도 모르는 무당을 찾아야하다니. 막막했다.
며칠을 울며 보내던 어느날 갑자기 외할머니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