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그리고 일주일 뒤..
“엄마 오늘이 무슨 날인데 매번 여름 이렇게 더울 때 음식을 이렇게 하세요?”
“그치 언니 엄마 안 힘들어요..”
“아니 괜찮아. 올해까지만 하려고 (혹시나 오실까 봐-속으로..)”
“정말요?”
“우리야, 누리야, 엄마 이것만 저기 식탁에 마지막으로 올려주면 돼”
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10년이 되는 오늘까지
우리가 할머니를 만나러 가서 지금까지 무탈하게 자라게 해주었다고.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동생인 누리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두자매가 우리 옆에 있는 걸로도 어떤 일 인들 못할까.
그건 남편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매년 음식을 했다. 혹시나 돌아가지 못해있던 그 아이의 신과.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외할머니까지.
행여나 우리를 보러 들러보러 오실까? 라는 생각에.
오늘이 지나면 10년이 지난다. 정말로.
이대로 우리는 살아가도 되는 거겠지.
그런데 오늘따라 남편의 퇴근이 늦어지고 있다.
한 시간 내로 온다던 사람인데.
그렇게 사십 분을 더 기다린 뒤.
도어록 해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남편과 교복을 입은 학생이 같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 학생의 인상에서 할머니의 푸근함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일까?
“당신 왜 이렇게 늦었어요?”
“어. 오다가 접촉사고가 날 뻔한 걸 다행히 서로 멈춰서 큰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이쪽은 며칠 전에 우리가 하굣길에 넘어질 뻔한 걸 잡아준 우리 학교 학생이에요. 집에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나서 그때 고마운 걸 인사 해야될 듯 해서 오기 싫다는 걸 데리고 왔어요. 오늘 음식 많죠?”
“오. 이야기 들었어요. 반가워요. 나 우리 엄마예요.”
“이렇게 갑자기 와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강림입니다.”
어느덧 두 딸은 거실로 와서 강림이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강림이는 우리네와 한 블록 차이나는 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강림이의 생일은 희한하게 오늘이었다.
우리 엄마가 많이 한 음식은 강림이와 이야기하면서 전에는 나눠줘야 됬던 음식들이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그리고 강림이가 갈 때쯤.
우리 엄마가.
“강림 학생, 우리 잘 부탁해요.”라고 인사를 하자.
“아닙니다. 우리가 저를 도와준 적이 더 많습니다. 오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내가 느낀 이 느낌은. 어떤 걸까?
희수는 강림의 생일도, 그리고 강림이에게서 느껴지는 할머니의 모습도..
그냥 낯설지만 않아서 무언가 우리에게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
일단은 혼자 생각하고 다가오는 주말에 남편과의 외출에서 이야기하자고 생각해 본다.
다가온 주말.
우리와 누리는 주말이라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 이미 나갔다.
오랜만에 성준과 희수는 성준이 직접 운전을 하고 10년 전 비 오는 날 찾았던 그곳을 찾아가게 된다.
그날을 기억하며 당일 오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봐.
주말을 기다렸다 찾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누군가 있길 바라며..
언제나 와도 조용히 정리되어있는 산속 암자 같은 곳..
십 년 전 그날 굿을 하던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히 공부를 할 수 있게 보이는 암자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할머니가 떠난 일 년이 채 지나기 전부터 누군가 와서 정리하고 공부하다 쉴 수 있게. 항상 정리된 분위기 속의 그곳.
없어지지 않아 다행이나. 항상 오면 아무도 없는 그곳.
그런데 오늘은 들어가는 길에 흰머리가 힐끗거려 보이는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가만히 보니. 십 년 전 정화수를 떠준 주 씨 아주머니였던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
“모른척하지 마시고 저희에게 이야기를.”
...
한참을 침묵하시던 아주머니는 결국 포기를 하셨는지 앞장을 서신다.
그리고 공부방 옆 주방으로 가서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그리고 세 잔의 물을 떠가지고 와서
“놀랠 수도 있으니 어서 물 한모금부터 마셔두세요."
“네?”
“이제 부탁하신 10년이 지났으니.이야기해도 되겠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고 그냥 마주치지 말고 조용히 지내달라고 부탁하셔셔요.”
“누가요? 저희 할머님이요?, 저희 할머니는 어떻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제발요?”
그렇게.
이야기는 십 년 전 그날로 거슬러간다.
비가 억수로 내리던 그 날.
신당에 죽은 지 얼마 안 된 얼라신과 우리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그 뒤로 사라진 할머니.
빙의된 아로 키우라고 했던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잘 자라고 있다.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근에 한 번 쓰러진 일 말고는.
그때 네 뱃속에 어린아이라고 했던 일곱 살 터울의 “누리”까지...
두공주들이 자신들의 최고의 보물인 지금.
지금까지 고요했던 일상을 할머님이 막아주시고 계셨던 건 아닌지.
라고 생각하며 매일매일 감사해하고 그리워했었는데.
또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이제 진실의 문고리를 당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