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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Oct 06. 2022

제 2화

우리 이야기 

 ‘외할머니의 눈물!’ 

이 소식을 들으신 시부모님이 찾아온 날을 잊지 못한다. 

아무것도 없는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시는 분들. 내가 무당 외손녀인걸 아시고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어머니의 눈을 보는 순간 눈물만 났다. 

“희수야. 지금 니가 울때니? 울지마. 너 엄마야. 너 지금 울 때 아니야. 우리는 괜찮아. 집안이 기독교라 내가 나서서 너한테 굿해라 마라 못하겠다. 하지만 희수야 너는 엄마다. 우리 부부 눈치보지마라. 애부터 살리자. 우리 유명한 무당 찾아보자. 그렇게 하자 희수야.”

시어머니의 말씀에 가슴에 짐이 하나 더 놓이듯 묵직해졌다. 

“예.. 예. 어머니 저 우리 엄마예요. 저 무슨 짓이라고 할꺼예요. 어머니. 아버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 외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 데리고 온나(아이를 데리고 오너라)”

“외할머니? 우리 아픈거 어떻게 알았어?”

“내 우찌 안게 중하나? 김서방이랑 오늘 저녁에 바로 온나. 꼭 오늘 와야한데이.” 

“끄으응~ 엉엉. 엄마 아파.” 

우리의 울음소리에 생각에 빠졌던 희수가 금새 현실로 돌아왔다.  

“우리야 괜찮아 금방 도착해”

성준이 우리를 안아 올리고 토닥이며 한 팔로 희수를 안았다.

“서기사님 빨리 부탁드려요.”

“예. 사장님”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산 속 작은 집앞에는 무당 허씨가 나와 있었다. 

아이를 안은 성준을 따라 내리던 희수는 나이든 외할머니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할머니..”

눈물을 보이는 희수를 스쳐지나가며 허씨가 말했다

“아 도고...(아이를 이리 주시게). 저 사람은 즈짝에 이서방 따라 가서 좀 쉬고 있으라하고 둘은 따라 오니라.”

“인사는...”

처음 뵙는 처조모라 인사를 드리려고 하니 허씨가 말했다

“인사는 무신.. 너그는 저짝가서 손.발씻고 정안수 떠 오니라.”

 (인사는 필요없으니 저쪽으로가서 손발씻고 정안수 떠서 오시게)

손발을 씻고 주씨 아주머니가 떠준 정안수를 들고 할머니의 굿당으로 들어갔다. 

“앉아라. 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듣거래이. 아님 아 잡는다. 내는 내 외손주가 내 꼴나는거 못본데이.

 모든 건 내가 책임질테이 ... 지금 신당에 죽은지 얼마 안된 얼라 신이 하나 있다. 내림굿 대신에 빙의를 시키면 신들이 못알아볼끼다. 내 천도해야 하는게 맞는데 태어난 시까지 우리랑 똑같다. 그러이 빙의 시키고 아를 신들한테서 숨기뿌자. 이해 했나? 이것도 길게는 못 숨긴다. 십년이다. 십년만 빙의된 아로 키워라. 십년안에 성불해서 떠나면 우짤수 없지만.. 아이다. 십년만 숨기면 된다. 다른 얼라가 되어도 십년만 참고 키우면 우리가 돌아온다. 알긋제?“

“할머니..그래도 되는거야? 빙의면 다른 사람이 되는거고.. 귀신도 보는거아냐? 그리고.. 우리한테 다른 귀신이라니.. 나는 싫어! 내가 받으께. 할머니 내가 내림굿 받으께. 응?”

“니는 안된다!”

“나한테 올 신이였어! 나 때문에 애가 이렇게 되었어..나 때문에..”

“니 때문이 아이다. 그냥 신이 선택한기라. 우리는 신의 소리를 듣는 귀가 열린자였던 것 뿐인기라. 희수야. 니는 안된다. 니 뱃속에 얼라는 우얄래?“

“???????”

“니 지금 뱃속에 둘째 손주가 있다. 곧 니한테도 얼라 느껴질꺼라. 희수야. 지금 우리도 살리고 니도, 니 뱃속에 얼라도 살릴라믄.. 이 방법 뿐인기라. 알긋제? 김서방.”

희수의 임신 사실에 놀라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뒤늦게 들은 성준이 다급하게 말했다.

“예. 저는 할머니만 믿습니다. 우리도 이 아이도 제 목숨보다 귀한 아이들입니다. 그렇게 키우겠습니다.둘 다 살려주세요 할머니.” 

허씨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준비는 다 해뒀다. 너희 둘은 나가 기다리라. 명심해라. 십년이다. 참고 기다려라.”

“십년 후에도 빙의된 귀신이 안나가면?”

“그건 우리가 선택해야할끼다. 지가 나가던지 야를 내보내던지. 이제 너희 둘은 나가있어라.”

집 밖으로 나온 희수와 성준은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 모습을 보던 주씨가 건너방으로 둘을 안내해 주었다. 

방울소리..천둥번개소리..빗소리.

아이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무당 허씨의 외치는 소리.

희수는  이 밤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밤.

첫 번째 살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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