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영글어 간다.
제철 과실이 익어가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구순이 다되어가는 아버지는 옥수수를 보내 주신다.
올해도 아버지는 한번 다녀 가라며 옥수수가 맛있게 익었다며 전화를 주셨다.
햇볕이 내려 앉을수 없을 정도로 빼곡이 들어선 옥수수 밭안에서 옥수수가 익어간다. 뜨거운 햇볕을 받아 하얀 옥수수 수염이 갈색으로 타들어 간다. 딱 그때쯤 옥수수는 먹기 좋을만큼 낱알의 크기를 갖추어 간다. 이시기가 지나면 옥수수는 금새 딱딱해 진다. 땅에서 길여진 수분으로 옥수수 낱알은 아이 이빨 올라오듯 촘촘히 들어서가고 찰지고 연한 식감을 간직한 제철에 먹어야만 되는 보물 음식이 된다. 이때쯤 땅속 보물은 감자를 품어 내고 하늘위 옥수수대는 귀한 낱알을 영글어 낸다. 그리 굵지 않은, 얇은 옥수수대에 대여섯개의 옥수수가 매달려 있다. 마치 얇은 옥수수 줄기가 아버지 허리같다. 옥수수를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옥수수를 키워 내는 옥수수대가 아버지 같아 안쓰럽다.
옥수수밭으로 들어 가려면 팔보다 긴 잎사귀를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옥수수잎은 목덜미나 팔등성에 생채기를 남긴다. 두꺼운 토시로 양팔을 덥고 목덜미까지 내려오는 창넓은 모자로 중무장을 한채 양손에 빨간 목장갑을 낀다. 아무리 꽁꽁 싸매도 옥수수밭을 돌아다니면 따갑고 쓰라린다. 나무 밑둥처럼 딱딱해진 옥수수대는 긴 하중을 떠받치느라 뿌리마져 대지위로 올라와 있다. 옥수수대 하나에서 네다섯개의 옥수수가 영근다. 옥수수는 한창 더울 때라야 그맛이 절정에 다다른다. 옥수수는 몇겹의 옷을 입고도 부족한지 다 벗겨내면 옥수수 수염이 알곡을 차분하게 감싸고 있다. 마치 몇겹에 홀이불과 덥개이불로 감싸 안겨진 갓난아이 같다.
"초등학생을 위한 개념과학" 이란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다 옥수수에 대한 재미있는 내용이 있어 적어본다. P51
"옥수수 뿌리는 수염을 닮았데요.
옥수수는 싹이틀 때 떡잎이 하나만 나온 외떡잎식물입니다. 외떡잎식물은 잎이 길다랗고 잎이 긴 줄무늬가 있어요. 이런 인맥을 나란히 맥이라고 해요.뿌리는 수염처럼 나서 수염뿌리라고 합니다.외떡잎식물의 줄기를 잘라보면 물과 영향분이 지나가는 관다발이 불규칙하게 섞여 있어요. 신기한점은 꽃잎수가 3배로 난다는거예요. 다른 외떡잎식물에는 벼,수수,잔디등이 있어요." " 옥수수는 머나먼 안데스 산맥에서 들어온 식물이에요.(...) 마야 인에게 옥수수는 아주 중요한 식량이었거든요 마야에서 기르기 시작한 옥수수는 스페인의 퍼졌고 유럽에서 아시안까지 전파되어 세계인의 식량이 되었어요."
그날 저녁 옥수수 오십개는 아파트 같은동에 사는 지인분들과 나누었다. 작은 봉투에 담아서 아이들 편으로 보내주었다. 아이들은 옥수수를 배달하는것 만으로 신이나 있었다. 아내는 평소 소원했던 칠층 어머님께는 손글씨로 편지까지 넣어서 보내주었다. 사는 정이 별개 아니다. 이웃과 나눈 옥수수 몇알이 우리를 헁복하게 해준다. 아버지의 옥수수가 행복을 만들어준다. 매년 이맘때면 아버지 옥수수가 그리워 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