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 이야기 - 안젤라의 손인사
멀리서도 환한 웃음 지으며 손 흔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 먼발치에서도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 웃어주는 사람은 일곱 살 재균이와 보빈이, 그리고 7기 영성체 반장인 안젤라 다. 아이의 마음을 닮은 안젤라는 손인사도 아이를 닮았다. 손 흔들며 걸어오는 안젤라는 한들한들 피어나는 들꽃 같다. 그런 안젤라에게 들꽃향이 난다.
산본성당 7기 첫 영성체 반장 이기도 한 자매님은 열정이 넘치는 분이시다. 성당 카페에 앉아 있으면 먼저 눈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온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예전 같으면 누가 다정스럽게 아는 체하는 게 부담스러워을 지도 모른다. 근데 이상하리 만치 반장의 아는 체는 싫지가 않다. 반장 자매님의 세례명은 안젤라이다. 그렇다고 안젤라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 사람이 품어내는 따뜻한 온기는 마치 그 자리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햇살이나 바람 나무 해 질 녘 붉게 물들어 가는 노을처럼 바라만 봐도 주변을 환하게 물들여 주는 치유 능력이 있다. 그녀에겐 그런 능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특별할 것 없던 어제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같이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안젤라다. 그냥 지나치는 법 없는 그녀의 눈인사는 마치 하회탈을 쓰고 있는 듯 웃음을 잃지 않는다. 눈인사로 포옹해 주고 손인사로 환대해 준다. 그녀의 손인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어느 날 한 번쯤 그녀가 바쁜 일로 스쳐 지나갈 때, 당연히 받아야 할 그녀의 환대가 사라져 버린 날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의 마음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것은 그녀는 형태 있는 모든 것들과 형태 없는 모는 것들에게 도 먼저 다가가 인사를 나눈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스쳐가는 순간을 잡을 줄 안다. 바람이 불어 감사하고 햇살이 좋아 기드 드린다. 안젤라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안젤라는 수녀님과 신부님과 인사를 나눌 때도 손으로 인사를 한다. 신부님에게는 분답스럽게 보일지 몰라 나도 모르게 예의 바른 아이처럼 되는 게 보통이지만 안젤라는 이런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초등학생들이 인사 나누듯이 순수한 위로를 심어준다. 그냥 받기만 하면 행복해진다. 햇살이나 바람과 같다. 그냥 거기 있는 저것이 나에게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처럼,
안젤라의 손인사는 엄마 품으로 달려드는 아이의 깊은 포옹을 닮았다. 안젤라의 눈인사는 손주등을 쓸어주는 할머니의 보다듬과 닮았다.
인사만으로 충분한 환대를 받은 듯 기분이 좋아진다. 치유 효과가 좋은 명약이다.
그녀의 순한 위로는 삶을 윤기 있게 해 준다.
위로의 초능력자가 아닐까 가끔 생각한다.
하느님의 사랑이 안젤라 손인사에 스며 있다.
누군가 에게 지어주는 환한 손인사는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고봉밥이 되어준다.
오늘도 안젤라가 퍼주는 고봉밥을 몇 그릇 째 배불리 먹었다. 하느님이 보내준 위로의 천사가 아닐까 다음번 만날 땐 숨겨둔 날개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