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이야기
가을 아침 천사를 만난 날
오전 08시 20분 길을 걷고 있었다.
가을 아침 햇살은 눈이 부셨다. 옷깃 속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텅 빈 마음속으로 가을이 들어왔다. 비워야 비로소 들어온다.
그렇게 따뜻한 가을 햇살이 왼쪽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늘 그렇듯 이 시간에 보이는 건 한결같다. 신호등 앞에서 백 미터 달리기 하듯 피니시 라인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과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지하철 방향으로 뛰어가는 직장인들이 구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다를 생기 있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들이다. 그렇게 두 번째 신호등을 건너고 회사 방향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기보다 큰 가방을 어깨에 맨 작은 아이가 내 앞을 막아섰다.
네다섯 살쯤 되어 보였다. 눈썹까지 내려오는 바가지 머리, 말쑥하게 차려입은 깨끗한 옷,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오른쪽으로 피해 가려는 나를 막아섰다. 아이는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나도 아이를 따라 웃었다. 나는 웃으면서 슬며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보았다. 아이는 자석이 붙은 것처럼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아이의 눈동자는 초롱초롱했다. 아이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가방을 어깨에 메고 어깻짓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나랑 놀아주기 전에는 지나가지 못한다고 말하는듯했다.
그렇게 일이 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유모차를 밀면서 한 분의 젊은 엄마가 다가왔다. 유모차 안에는 분홍색 옷을 입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여기서 또 그러면 어떡하니 어서 비켜드려"
"아 괜찮습니다. 아이가 놀고 싶은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한테 그런 게 아닌데, 우리 아이한테 당첨되셨다고 생각해 주세요 "
젊은 엄마는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 검은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선한 눈매가 아이와 닮아있었다. 젊은 엄마는 아이이 손목을 잡았다. 바가지 머리를 찰랑거리며 아이는 엄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마 아이의 눈동자는 지나가는 행인들을 찾고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에 앞을 가로막고 놀이를 하고 있을 것 같았다. 아침 출근길 바쁜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막아선 길을 뿌리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았다. 모두가 바쁘게 지나가지만, 그래도 한 번쯤 맑은 눈동자와 눈 맞추며, 하루 에너지를 받아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출근길을 막아선 아이는 마치 천사 같았다.
어느새 가을이다.
가을 아침 천사를 만났다.
DIOS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