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늙는 법

아내와 같이 늙어가기

by 둥이

아름답게 늙는 법


어느 날 소파에 앉아있는 아내를 보았다. 늘 같은 곳에 앉아 소파 한쪽이 반질반질 닳아 헤어진 그 자리에. 아내는 등을 기대고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주술이라도 외우는 사람처럼 아내는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손에는 기초 영문법 책이 들려 있었고 자세히 보니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무엇을 해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아내는 요즘 영어 공부에 빠져 있었다. 정수리의 하얗게 피어오른 흰머리가 아내를 더 안쓰럽게 만들어 주었다. 아내는 이제 더 이상 안경을 쓰지 않고는 글씨를 읽을 수도 없었다. 미간을 한껏 움츠리고 눈을 크게 떠 보아도 돋보기안경 없이는 몇 글자도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슬픈 일이지만 어느 날 아내는 늙어 있었다.

그런 아내가 불쌍해 보였다. 그냥 한없이 젊었던 그 시절에 해맑게 웃던 아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서로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젊은 시절은, 어느 날 불쑥 불려 나와 지금의 나를 위로해 준다.


늘 그렇듯 또 다른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려 준다. 이 정도면 제법 잘 살아온 거라고, 앞으로도 이 정도면 된다고,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고 속삭여 준다. 아내는 나에게 아마도 그런 속삭임일 것이다.


역설이긴 하지만 같이 늙어갈 수 있어서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서로 보다 듣고 사랑하고 서로를 더 위해주고 서로 같은 사람임을 그래서 결국 비슷한 시기에 죽는다는 걸, 늙어가며 알아간다.


어느 날 아내가 불쌍해 보일 때는 내 사랑이 더 커졌음을 알게 된다. 아내와 같이 한 시간 동안 아내는 눈이 더 침침해졌고 풍성했던 머리카락은 휑하니 사라졌고 탱탱했던 볼살은 주름으로 채워졌다.


확실한 건 아내보다 내가 더 늙었다는 것이다. 노안으로 글씨는 안 보이고 머리숱이 거의 없어 얼핏 봐도 대머리가 될 날이 얼마 안 남은 듯하고, 배만 뽈록하게 살이 올라 영 쓸모없는 사람이 돼 가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아내도 가끔 나를 보며 저 양반 참 많이 늙었네,

불쌍하게 바라볼 것 같았다.

그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늙어가며 바람이 있다면,

아내처럼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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