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가 화장하는 날

친구 엄마 이야기

by 둥이

엄마가 화장하는 날

가을볕이 좋아 걷고 싶어졌다.

아내는 어린이집에서 만난 두 명의 또래 엄마와 자주 만남을 가진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만난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푸르게 나무처럼 울창하게 커나갔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부모들은 서로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불렀다.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에게 경어가 아닌 반어를 씀으로써 자연스러운 마음 자람과 어른에 대한 빗장을 열어놓게 해 주었다.


어제 픽추와 보리를 오랜만에 만나고 들어온

아내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오빠 수리산 가서 황톳길 걸었더니 너무 좋았어 날씨도 비 온 다음이라 그런지 더위가 싹 가셨어 바람 불고 좋더라고 "

"곁에 있는 사람이 좋으니까 그런 거겠지 풍경은 거들뿐인 거지 "


"오빠 픽추가 예쁘게 옷을 입고 와서 내가 그랬어 "


평소 편한 옷에 화장끼 없는 얼굴로 돌아다니는 픽추였다. 키 크고 늘씬한 픽추가 화장에 원픽스까지 입었으니 그렇게 물어볼 만도 했다.


"픽추 오늘 예쁜데 무슨 일 있어 "

"콩콩이 오늘 안동 가는 날이에요 "

"엄마 보러 가는 날은 이렇게 풀메이크업에 예쁜 옷으로 입어야 돼요"

"자기 딸이 안 예쁘게 다니면 속상해하고 또 엄청 모라 해서 그냥 듣기 싫어서 입고 가야 돼요 "

"엄마도 우리 딸 4명 만나는 날에는 장롱 속 가장 예쁜 옷을 꺼내 입고 화장도 단정하게 하고 립스틱도 바르고 나온다니까요"


네 명의 딸들과 그 딸들을 길러낸 엄마가 만나는 상상을 해보았다. 딸이 사준 빨간색 옷을 꺼내 입고 평소 하지 않던 화장을 하고 그렇게 서로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으로 보여 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남을 가지는ᆢᆢ


멀리 안동으로 엄마 보러 가는 날


픽추는 선녀가 되었다.

아름다운 만남만큼 사람에게 소중한 게 무엇이 있을까 엄마와 딸이 만나는 날, 모녀는 세상 부럽지 않을 왕비와 공주가 되어 서로에게 행복을 선사할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마치 가을볕을 쬔 것 같았다.

엄마와 딸은 서로에게 아름다운 구속 이였

keyword
이전 06화옆집 아이는 "이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