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

허아른 괴담록

by 허아른



똑똑, 똑.


방문을 두 번, 한 번 쉬고, 또 한 번.

선생님이다. 과외 선생님.


언제나 저렇게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문을 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문고리를 잡은 손이다.


하얀 손. 연분홍의 빛이 살짝 묻은 가지런한 손톱. 하얀 원피스 아래의 맨다리가 사뿐 방으로 들어온다.


“잘 있었어?”

“네.”


일주일에 한 번, 이 시간이 되면 나는 책상에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린다. 그러면 엄마와 함께 선생님이 들어온다. 대체로 이 시간에 아버지는 없다. 여자 선생님과 마주치는 게 불편해서인지, 꼭 자리를 비운다. 한 번쯤 인사라도 하라고 엄마가 말해도 듣지 않는다.


“자, 지난번에 했던 부분부터 시작해야지?”

“네.”


지난번에 했던 부분. 어디까지 했더라. 선생님의 나긋한 목소리가 봄바람처럼 귀로 스며들어온다. 탁, 탁, 탁... 하고 손가락이 박자를 맞춘다. 내 머리도 박자를 맞춰 앞뒤로 흔들린다.


꾸벅꾸벅. 잠이 온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 쿵쿵…쿵.


언제나 그렇듯,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선생님의 분홍색 손가락이 떠다닌다. 나는 그것을 마치 나비처럼 잡으려다가... 머리를 자상하게 쓰다듬는 손길에 잠에서 깬다.


“이제 일어나야지.”

“응... 네.”


언제나 그렇듯, 푹 잠들고 말았다.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져서 내 손을 들여다보니, 새끼손가락이 비닐로 싸여 있었다. 반투명한 비닐의 안쪽. 빨간 뭔가가 들어 있다.


“첫눈이 올 때까지 색깔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대.”


선생님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소녀 같은 웃음으로. 봉숭아물. 선생님의 손톱에 있는 연분홍색도 봉숭아물인 걸까.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걸 하는구나.


“선생님도 첫사랑이 있어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싱긋 웃었다.


“그럼.”

“선생님도 첫사랑 때문에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였어요?”

“그랬지.”


더 궁금한 게 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한 주가 지나고 선생님은 또 찾아왔다. 똑똑, 똑. 나는 또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또 손톱을 쫓아다녔다.


멀리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꿈에서 깨면 또 손가락 하나가 비닐로 싸여 있다. 잠든 사이에 선생님이 묶어둔 것이다. 책상에 꽃물이 들어서 빨간색이 점점이 묻어 있다.


슬쩍 보니, 선생님의 손톱은 전보다 조금 더 붉어져 있다. 마치 시간이 갈수록 색깔이 더 짙어지는 것처럼, 아니면 계속 새로 물을 들이는 것일까.


쿵쿵…쿵.

똑똑…똑.


열 손가락에 다 봉숭아물이 들 무렵, 나는 잠들지 않았다. 억지로 고카페인 음료를 먹고 선생님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든 체하며 엎드려서 실눈을 뜨고 선생님을 훔쳐보았다.


쿵쿵…쿵.


꽃물이 책상으로 튄다.

선생님이 작은 자갈로 계속해서 내리친다.

찧는다.

선생님의 손톱이 점점 빨갛게 변해간다.

손톱 안쪽에 쑤셔 넣은 붉은 꽃잎을.

피인지 꽃물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번져간다.


열중해 있다. 그렇게 열중해 있으니까 모르는 거겠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엿보고 있는 엄마의 눈길을.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이번에야말로 잠이 들었다.


선생님은 아마도 첫눈이 올 때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질 때까지. 엄마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을 부르는 것을.


아마도 선생님의 첫사랑은 아빠였겠지. 아니, ‘였겠지’가 아니라 ‘이겠지’. 아빠가 자리를 자꾸 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엄마가 저렇게 히죽거리는 이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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