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이것은 정말 이상한 이야기다. 아니지, 이상한 동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나는 꽤 큰 맨션에 살고 있다. 어디까지나 맨션 건물이 크다는 것이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크다는 건 아니다. 외지고 공장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단신 부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주 수요층으로 노리고 지어진 맨션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크지만 내부에는 똑같은 규격의 작은 방이 꽉꽉 들어차 있는 형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설계상의 문제가 있어서인지 몰라도, 구조가 좀 묘하다. 모든 방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형태로 만들어졌고, 반대쪽 벽면엔 방은 물론이고 계단도 창문도 없다. 그래서 복도에서 보면 길게 늘어진 벽면에 여러 개의 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꼭 무슨 호텔이나 감옥 같다.
확실히, 이곳에 오래 사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점에서 호텔과 성격이 비슷할지도 모른다. 한 층에 여러 개의 문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층의 이웃을 만날 일이 없다. 근처 공단의 출근 시간이 비슷비슷하니 아침 출근을 나설 때 마주칠 법도 한데, 최소한 내게는 아직 그런 만남이 없었다. 다만,
가끔 아침에 출근하려고 문을 열고 나올 때 국화꽃을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작은 병에 꽂힌 하얀 국화꽃. 그것이 누군가의 문 앞에 있을 때가 있다. 그리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 국화꽃은 어김없이 치워져 있다.
국화꽃은 때때로 나타나지만, 나타나는 장소는 항상 이전과 다른 방 앞이다. 그러니까, 특정한 방의 입주자가 자기 방 앞에 놓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풍경으로만 보아서는 그 방에 사는 사람이 죽었고 죽은 사람에 대한 조의 표시로 누군가 갖다 놓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왜 문 앞일까. 그리고 누가 가져다 두었으며 누가 치우는 걸까.
물론, 그 정도로 사람이 자주 죽는가에 대한 의문도 가질 수 있지만 그건 이상하지 않다. 외진 곳이니까.
이 동네에서 탁 트인 곳이라고는 멘션 앞에 뻗은 큰 도로 정도다. 대형 차량이 쌩쌩 지나가고 고속도로와 공단을 이어 주는 큰 도로. 도로를 따라 좀 걷다 보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내 방 창문을 통해서도 그 사거리를 볼 수 있다. 그 사거리에는 감응 신호가 있다. 그 왜, 자동차나 사람이 특정 구간을 밟고 있으면 그걸 감지해서 신호가 바뀌는 그거 말이다.
휴일에 멍하니 창밖을 내다볼 때면, 때때로 그 신호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감지 구간에 아무것도 없는데 신호가 바뀌는 일이 가끔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거리에서는 묘하게도 추돌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그것도 아마 문 앞의 국화꽃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사거리 네 방향에서 차가 동시에 출발해서인데, 대형 차량이 많다 보니 사고가 일어나면 거의 반드시 연쇄 추돌로 이어진다. 그렇게 차들이 사거리를 꽉 막게 되는데 그 모양을 위에서 보면 커다란 십자가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방문 앞의 국화꽃과 상징적 유사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사고를 낸 차주들은 저마다 똑같은 주장을 한다고 들었다. ‘신호가 바뀌었다’라고.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 보면 여지없이 빨간불만 찍혀 있다고 한다. 사고를 낸 사람들의 거짓말인지 착시인지 아니면 영상엔 찍히지 않는 어떤 오류인지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런 사고가 일어난 즈음에, 그게 사고 전일 수도 사고 후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나는 여지없이 문 앞에서 국화꽃을 발견한다. 때때로 국화꽃이 내 방 앞에 놓여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땐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출근길에 내 방 앞의 국화꽃을 발견하면 그것을 적당한 다른 방 앞으로 옮겨 놓는다. 그래 놓고 오후에 조퇴하거나 잠시 집에 다시 들를 때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 국화꽃은, 내가 옮겨 놓은 자리가 아니라 또 다른 방 앞으로 옮겨져 있다. 마치 수건 돌리기처럼.
그것이 사고와 관련이 있는지는, 나는 알 수 없다. 그저 이상하다고 여길 뿐이다. 정말 이상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