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어느 날 갑자기, 5살 난 아들이 큰소리로 서럽게 울었다. 달래고, 혼내고, 긴 시간을 그러고 나니 울음은 겨우 멎었지만. 그래도 아이의 퉁퉁 부은 눈에는 아직 추스르지 못한 감정이 남아있었다.
"우리 엄마 아니야!"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어느 날 밤이었다. 침대에서 자다가 문득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니, 방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문 뒤에서 아이가 몸을 숨긴 채 나를 엿보며 입을 달싹거리고 있었다.
말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분명.
"우리 엄마 아니야."
나는 고개를 다시 돌리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아이의 심상치 않은 그 모습을 보고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모른 체한 것은,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확신했다. 어째서인지 아이는 엄마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일까, 어째서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일이 그저 꿈이었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이는 거기에서 엿보고 있었으니까. 밤마다.
더 이상한 것은 아이가 언제나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낮에는 달랐다. 어떤 때는 엄마를 찾으며 달려와 팔에 매달리기도 하고, 칭찬해 달라는 눈길을 보내기도 하고.
그럴 때면 아이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자기 엄마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매일 밤, 매일 밤.
문틈으로 엿보는 아이의 중얼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아니야, 우리 엄마가 아니야.
우리 엄마인 낮, 우리 엄마가 아닌 밤.
그런 낮과 밤을 번갈아 보내면서 점점,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미 이상 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없다.
'저 아이는 정말 내 아이인 걸까.'
어처구니없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기억이 이상하게 흐릿하다.
내 몸으로 낳았다는 기억은 있다. 하지만 그때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내 손으로 키웠다는 기억은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나날들을 보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아닌가, 정확하지 않아진 건가.
내 머리가 이상해진 건가.
하지만... 그래도... 저 아이는 정말 내 아이일까.
밤마다 들여다보는 아이의 자세는 점점 낮아졌다. 사냥할 틈을 노리는 맹수처럼 점점 자세를 낮추고 까만 눈으로 침대 위에 누운 나를 엿보는 것이다.
우리 엄마 아니야, 우리 엄마 아니야...
저 아이는 내 아이일까, 정말로 내 아이일까.
이상하게도, 밤이 되면 덥다고 느껴진다. 더울 계절이 아닌데도.
밤중에 깨어나 물을 찾게 될 때가 많다.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발을 디디면 어쩐지 발밑이 끈적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사르륵사르륵하고 모래 위를 걷는 느낌도 느껴진다.
끈적한 것과 사르륵거리는 것이 섞인, 뭔가...
그런 마루를 걷는 동안에도 아이는 문 뒤에 숨어서 계속 중얼거린다. 아이는 이 제거의 엎드려 있다.
아니, 완전히 엎드려 있다. 기듯이.
숨어있는 아이를 무시하고, 발을 들어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뭔가, 하얀... 그래... 스티로폼 알갱이 같은 작고 동그란 것이 드문드문 붙어 있다.
손가락으로 집어 살짝 눌러보니, 알처럼 터지며 투명하고 끈적한 것이 흘러나온다.
그런가. 사르륵사르륵하고, 끈적한 것...
잘 보면 몸에도 여기저기 붙어있는 것 같다.
아침이 되면 청소해야지.
눕는다.
아침이 되면, 잊어버린다.
밤이 되면.
우리 엄마 아니야.
목이 말라.
저 아이는 정말 내 아이일까.
알이 커졌네.
청소해야지.
몸이 무겁다.
아침이 되면 아이는 나에게 달라붙는다. 밤이 되면 사르륵거리고 끈적거리는 마룻바닥에 엎드린 아이가 하체를 이리저리 미끌거리며 문틈에 숨어 있다. 그리고
내 몸에도 있다. 미끌거리며 기어 다니는 뭔가가 있다. 그것들이 점점 얼굴 가까이 다가온다. 입으로 들어온다. 귀로 들어온다.
배가 부르다.
배가 불러온다.
미끌미끌 사륵사륵 끈적끈적 꿈틀꿈틀.
꿈틀거리는 아이를 문틈으로 바라보며 잠이 든다.
어디까지 했더라? 얼마나 남았지?
아침이 된다.
밤이 온다.
밤이 깊었다.
끈적한 것들을 뒤집어쓴 아이가 꿈틀거리며 문지방을 넘어온다. 스르륵스르륵 기어서 침대 위로 올라온다.
이제 세숫대야 정도로 커진 엄마의 배를 껴안으며 아이가 말한다.
"이제 우리 엄마야."
하지만이 아이는 정말 내 아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