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있다.

허아른 괴담록

by 허아른



내 집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와 함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었다. 매일매일, 아주 사소한 위화감이 쌓이고 쌓이면서, 그 위화감의 뭉치가 확신이 되었다.


눈을 돌린 사이에 의자 위치가 바뀌어 있다거나, 닫아두었던 창문이 어느새 열려 있다 거나한, 그런 사소한 것들. 그런 일들이 내가 집에 없을 때만 일어났더라면 좀도둑이나 스토커를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분명히 이 집에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그렇게 확신하게 되었을 무렵, 나는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똑같은 꿈을, 매일매일.


꿈속의 나는 대기표를 손에 꼭 쥐고 낡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낡은 나무 의자에. 의자가 삐걱거리는 그 거슬리는 소리는 점점 커지고, 점점 빨라졌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그 소리는, 그 고통은 나를 더욱더 기다림의 열망으로 몰아넣었다. 손에 쥔 그것이 무엇을 위한 대기표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기다렸다.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언제나 내 차례는 오지 않은 채 꿈에서 깨어나곤 했다. 알람 때문은 아니다. 그 꿈을 꾼 이래로, 나는 한 번도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난 적이 없으니까.


자명종이 고장 난 것도, 내가 알람을 맞춰두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매일 자기 전에 두 번 세 번 확인을 했지만, 전부 소용없었다. 자는 사이에 알람이 항상 꺼지니까. 내가 잠결에 끈 것은 분명히 아니다. 늦잠을 잘 때마다 새로 자명종을 샀지만, 소용이 없었다. 여러 개의 자명종을 맞추고 잠들어도. 아침엔 여지없이 모두 꺼져 있었다.


잠결에 끄고다녔을 리는 없다.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기억하지 못할 리는 없다.


한 번은, 자명종이 부서져 있었다. 누가 화가 나서 부수기라도 한 것처럼.


꿈속에서 대기표를 들고 기다리던 애타는 마음은. 꿈에서 깬 후, 낮에도 이어졌다. 점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기의 결과가 무엇이 되었든, 어떤 결과가 되었든, 꿈속의 대기가 끝나면. 그러면 현실에서도 어떻게든 결말이 날 것 같았다.


기다렸다. 생애 그 어떤 순간보다도 기이이인 기다림으로 기이이이이일게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꿈속에서.


대기표에 적인 숫자가 허공에 떴다.


빨간 숫자가 깜빡이며 차임벨이 울렸다.


꿈속의 나는 벌떡 일어나, 그 숫자를 망연히 바라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차임벨이 하나 더. 하나 더. 하나 더. 소리가 하나하나 겹쳤다. 점점 더 큰 소리가 되었다.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 그것은


알람이었다.


그날, 아주 오랜만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알람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그 꿈을 꾸는 일도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끝났다. 그것이 끝났다.


하지만 그 후로 점점, 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불쾌한 냄새가.


냄새가 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을 때서야 나는 그 냄새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내 집에 누군가 있다.


지금은 내 집에 시체가 있다.


보이지 않는 시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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