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작은 집에 동생과 함께 이사를 왔다. 방 하나, 거실 하나 화장실 하나의 구성이지만 방이 꽤 넓어서 둘이 생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집은 공실이 된 지 꽤 오래되어서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다. 좀 오래된 집이라서 어딘가 구조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어색한 것이 작은 다락이었다. 옛날식 다락. 뭐, 창고로 쓰면 되겠지.
이삿짐 정리를 마치고 다락을 정리하러 올라갔다가 시야에 잘 안 잡히는 구석에서 동생이 뭔가를 발견했다.
"언니! 이거 봐."
동생이 가리킨 것은 커다란 상자였다. 전 주인이 잊어버리고 놓고 간 물건인가? 일단 연락해 볼 테니 그대로 두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동생은 상자를 열어젖혔다.
"이불이다!"
꽤나 기쁜듯한 목소리기에, 호기심에 나도 상자 속을 들여다보았다. 말 그대로 이불이 있었다. 아주 하얀 이불. 티 한 점 없는 하얀 이불이 깨끗하게 개어져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곤혹스러웠다. 전주인은 왜 이걸 남겨두고 간 걸까.
새로 산 이불이라면 잊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오래전에 이사 간 전주인은 이 이불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왜일까.
"언니, 오늘 이거 덮고 여기서 잘까?"
동생의 천진한 소리에,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잊고 그만 미소를 지었다.
다락방에서 하얀 이불을 덮고 잔다.
어린 시절을 떠올린 거겠지.
그것도 괜찮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밤은 다락에서 동생과 함께 그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잤다.
...꿈속에서.
맞지 않아... 맞지 않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여기도 안 맞아... 여기도 안 맞아...
한밤중에, 눈을 떴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이불에 돌돌 싸여 있었다. 김밥처럼. 그리고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옆에 앉아 날 내려다보면서 계속 중얼거렸다. 맞지 않아... 맞지 않아... 하고.
어째서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몸에서 이불에 다 들어가지 않고 남는 부분.
머리와 발.
그게 여자의 마음에 안 들었던 거라는 걸.
식은땀을 흘리며 다락을 나와서 거실로 나가 물을 마셨다. 다락방 바닥이 딱딱해서 잠자리가 불편해서 악몽을 꾼 것일까. 나는 다시 다락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누우려고 했다.
하지만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상하다. 나는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동생을 돌아보았다. 동생은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누워 있었다. 이불이 볼록하다.
하지만.
그 반대편.
발이 나와 있지 않다.
동생은 나보다 키가 크다.
하지만 발이 나와 있지 않다.
남는 부분이 없다.
오한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걸까. 어쩌지.
나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동생의 발이 있어야 할 부분 그 이불 끝 부분에 손을 가져갔다. 침을 꿀꺽 삼키고 엎드려서 이불자락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숙여서 안을...
"맞지 않아..."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돌아보았다.
어느새 이불을 걷고 상체를 일으킨 동생의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긴 맞지 않아... 맞아야 해..."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대로 동생과 눈을 맞춘 채 얼어붙어 있었다. 그 밤을, 우리는 그렇게 보냈다.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일이었다. 전주인은 이사 간 지 오래되었다. 그 이불이 든 상자를 집주인이 놓고 간 것이라면. 그 상자도 다락에 오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자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그렇다면 그 상자는 어디에서 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