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없는 욕실

허아른 괴담

by 허아른



정인이 소식, 들었지? 그래. 사진 보고 많이 놀랐을 거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으니까. 음, 사람...이라는 말이 어쩐지 이상하게 느껴지네. 그 얼굴을 떠올리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옛날 친구들 모두 그 얼굴 보고 깜짝 놀랐을 걸? 나? 나는 자주 봤잖아. 알지? 나 가끔 일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는 거. 서울에 갈 때마다 만났거든. 걔네 엄마가 부탁하기도 했고. 뭣도 모르는 애가 혼자 자취한다고 서울에 올라가서 원룸에 사니까 걱정된다고. 한 번 들여다보라고.


그래서 올라갈 때마다 들렀어. 처음 갔을 때는 크게 이상하지 않았어. 평소대로의 얼굴이었지. 조금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피부가 좀 푸석푸석해진 것 같긴 했지만.


방도 나쁘지 않더라. 혼자 사는 집치고는 꽤 넓고, 욕실도 커. 용케도 그런 집을 잘 구했구나 싶었지. 다만...


간 김에 하룻밤 자고 오기로 했거든. 그래서 저녁에 씻으러 욕실에 들어갔는데, 좀 당황했어. 응. 씻으러 가기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거울이 없더라. 욕실 어디에도 거울이 없었어.


정인이한테 물어보니까 그러더라. 거울을 놓아봤자 소용이 없다고. 습기가 차서 어차피 안 보일 거라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아무리 봐도 그 욕실은 건식이었거든. 하지만 자세히 보니까 욕실 구석 타일에 곰팡이 같은 게 있더라고. 습하긴 한가보다 생각했지.


몇 번을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점점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 물론 정인이 몰골부터가 이상해지긴 했지. 점점 수척해지고, 눈이 움푹 패여갔으니까. 그런데 그것보다 말이야, 그 집, 좀 이상하더라고.


그 집에서 자고 온 날은 이상하게 피곤하고 몸이 안 좋은 거 있지? 피부도 엄청 푸석해지고 말이야. 아마도 그래서였나 봐. 의식하진 않았는데, 몸이 힘드니까 그 집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된 건가 봐. 점점 정인이한테는 띄엄띄엄 찾아가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그러지 않았다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더 일찍 눈치챘으려나?


응. 마지막에 찾아갔을 때. 그 집 비밀번호, 알고 있었거든. 정인이가 가르쳐줬으니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어. 목이 타는 것 같았거든. 사막 한가운데 들어간 느낌. 그리고 방 안에 가루랄까 먼지 같은 게 날리고 있었지.


큰일 났다 싶어서, 신발을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안으로 뛰어들었어. 정인이는 침대 끄트머리에 널려 있었어. 그래 맞아. 말 그대로 널려 있었어. 꼭 죽은 나무 같은 모습이 되어 있더라.


피부는 갈색으로 쪼그라들었고, 눈은 깊게 파여서, 눈알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었어. 몸이 그 정도로 가늘어지니까, 머리가 커 보이더라. 그 큰 머리를 어떻게 달고 있는 걸까. 건드리면 바로 툭 하고 머리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사진 봤지? 내가 병원에서 찍은 거. 그래, 그때도 그런 모습이었어. 미라 같은 모습.


나 있지,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아. 혹시나 해서 욕실에 들어가 봤는데, 욕실이 까맣게 덮여 있었거든. 곰팡이로.


사실은 전에 한 번, 너무 불편해서 그 집 욕실에 손거울을 들고 들어간 적이 있거든. 그런데 들어서서 얼굴을 비추자마자, 하얗게 김이 서려서 비치질 않더라. 손으로 닦아내려고 했더니, 오히려 더 하얗게 김이 덮이는 거 있지? 그때는 정인이 말대로 습기가 꽤 있나 보다 하고 말았는데...


욕실에 습기가 있는 게 아냐. 오히려 너무 건조해서 안에 있는 사람의 습기가 빨려나갔던 거지. 그런 집에 오래 살았으니 정인이도...


그 집. 그 곰팡이는 아마 습기를 빨아들여 먹고사는 뭔가였을 거야. 그래. 그날 거울을 덮은 습기는 욕실 안의 습기가 아니라, 내 몸에서 나왔던 거야. 내 얼굴, 내 손... 정인이는 매일 그 집에서 습기를 빨아 먹히고 있었던 거야. 먹이를 먹은 곰팡이는 점점 더 커져가고, 더 많은 습기를 빨아들였겠지.


...


정인이, 혼자 살게 되면 뭐라도 키우고 싶다고 했었지? 원룸에서는 동물을 못 키우게 한다고 투덜거렸었는데. 실제론 뭔가를 키우고 있었던 셈이네. 동물인지는 모르지만.


잘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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