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른 괴담록
오래된 집에는 이상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다락, 그리고 아궁이가 달린 부엌. 그리고 아궁이 속의 그것.
할머니는 아궁이 속의 뭔가가 고양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우리 집은 오래되었다. 아주 옛날에 지어진 집이다. 가스보일러도 달았고, 남들과 똑같이 가전도 들여놓았지만 그래도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다. 새 집으로 이사 가자고 부모님을 졸랐던 적도 있지만 부모님은 거절했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있었던 이 집을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 집이 불편하다. 저 불 때지 않는 아궁이 속의 뭔가가 불편하다.
그것은 툭하면 방 밑의 굴뚝을 돌아다니며 구시렁거린다. 마룻바닥에 옆으로 엎드려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그것이 기어 다니며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바닥 너머로 들려온다.
할머니는 그것이 고양이라고 했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할머니는 거의 몸을 가누지 못한다. 어머니는 할머니를 내보내라고 했지만 나는 내 방에 할머니를 숨겨두었다. 할머니는 이제 일어서지도 몸을 뒤집지도 못하기 때문에 천장을 보고 누운 채로 기어 다닌다. 하지만 내 방은 그리 넓지 않기에 그렇게 기다가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한 번 벽에 부딪히면 방향을 바꾸어 다시 등으로 긴다.
그렇게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이 할머니의 낙인 것 같다.
할머니는 점점 말라갔다. 피부는 점점 거뭇해졌고 전체적으로 작아졌다. 팔다리는 말라비틀어져서 벌레의 다리 같다. 얼굴도 푹 꺼져 버렸지만 그에 비해 눈알만은 생기를 잃지 않고 반짝거린다.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뭔가 벌레 같다.
잡아야 할 것 같다.
할머니는 밤잠도 없어졌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방 안을 기어 다니다가 가끔 내 귓가에서 구시렁거린다.
어느 날 밤. 자다 일어났는데, 방 안에 할머니가 없었다. 나는 부엌으로 가서 아궁이를 들여다보았다. 저 안쪽에서, 반짝이는 눈 같은 것이 보였던 것 같다.
물론, 고양이의 눈은 아니다.
그 후로 마룻바닥에서는 사사삭거리며 뭔가 돌아다니는 느낌이 더 강해졌다. 구시렁거리는 소리도 더 많아졌다. 바닥에 귀를 대고 엎드려 그 소리를 들으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 할머니는 대체, 누구였을까.
어머니는 왜 저 할머니를 키우기 시작한 걸까.